^^밤의 벤치에서 배운 여유
돌아보니 나는 늘 급행열차에 올라탄 사람처럼 살아왔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목적지에 다다르기도 전에 숨이 가쁘고
때로는 급정지한 듯 삶이 멈추어버리기도 했다.
그때마다 계절은 제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주었다.
봄은 꽃을 피워 인사를 건넸고,
여름은 뜨거운 햇살로 등을 다독였으며,
가을은 바람에 풀내음을 실어 보내왔다.
나는 계절의 속삭임을 놓치진 않았지만,
정작 그 속에서 쉴 여유를 놓치고 말았다.
오늘 밤, 집 앞 벤치에 가만히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귀뚜라미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고
풀내음이 코끝으로 스며든다.
낮에는 몰랐던 평화가 밤에는 이렇게 선명하다.
시간은 묘하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달릴 때는 더디게 흐르는 것 같더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으니
너무도 빠르게 흘러간다.
그러나 이 빠름은 억울하지 않다.
밤이 흘러가는 동안 나는 나를 다시 만난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이 순간에도 삶은 충분히 빛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늘 나는 다짐해 본다.
앞으로는 계절의 속삭임에 귀 기울일 뿐 아니라
그 안에서 나를 쉬게 하는 여유도 놓치지 않겠다고.
작은 벤치 하나가 내게 가르쳐준 밤의 지혜다.
#직장인#감성멘토의 생각한대로 있는 그대로#일상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