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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과 자율의 한 끗 차이

by 수수

"창문 닫아"

"여름이라 문을 열어두면 모기 물리니까 창문 닫아주라"


"수건 거기에 널지 마"

"수건을 거기에 널면 나중에 냄새가 나니까 수건 거기에 널지 말아주라"


"휴대폰 보지 마"

"밥 먹을 때는 서로 대화를 나누기로 했으니까 휴대폰 보지 말자"


위 세 사례에서 첫 번째 문장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마치 누군가가 나에게 "명령" 하는 듯하다.
누군가가 나에게 명령한다는 것은, 나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본인이 원하는걸 나에게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기분이 나쁘다.


두 번째 문장을 들었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드는가?

같은 요구인데,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내가 그 요구사항의 이유를 "이해" 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엘렌 랭어는 1978년 "복사기 실험"을 진행했다.

엘렌 랭어는 사람들이 복사기를 사용하고 있는 줄에 서 있는 상황을 설정했고, 실험자는 복사기를 먼저 사용하게 해 달라는 부탁을 여러 가지 방식으로 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아무 이유 없이 요청: "죄송한데, 제가 먼저 복사를 해야 해서, 복사기를 써도 될까요?"

승인율: 약 60%


타당한 이유 제공: "죄송한데, 제가 5장 복사를 해야 해서, 복사기를 써도 될까요? 제가 급히 필요한 문서를 처리해야 합니다."
승인율: 약 94%


위 사례들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이유가 없는 "명령"은 인간의 자유의지를 꺾는다.
명령을 받은 사람은, 그 명령의 이유를 이해할 수 없기에 행동을 이행하는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다. 때문에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순수한 동기부여가 생기지 않는다. 특히, 부부, 친구와 같이 동등한 관계에서 이런 "명령"은, 상대방의 기분을 나쁘게 한다. "왜 나한테 명령해? 내가 니 봉이냐?"와 같은 답변이 절로 나온다.


두 번째, 이해하는 행위는 자유의지를 발현하는 것이다.
인간은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공감의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의 의지가 내 의지가 된다.

내가 상대방의 요구와 그 이유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며 이를 이행한다면, 그것은 곧 나의 자유 의지를 실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분이 나쁘지 않고 그 행동을 실행할 동기부여가 생기게 된다.


결론 :
당신이 타인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때는, "이유"를 포함하라.

그것이 그 사람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법이다.

또한 자율성을 존중받은 사람은, 형식적이 아닌 진심으로 그 부탁을 이행할 것이며 그 결과와 지속성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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