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위 종이 울린 지 오래였다. 닫히지 않던 문이 닫히고 난 뒤, 카페는 마치 숨을 고르듯 고요해졌다. 그러나 그날 밤, 나는 낯선 기운을 느꼈다. 가게 안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숨결이 겹쳐 오는 듯했다. 나는 커피를 내리며 습관처럼 노트를 펼쳤다. 그 첫 장에는 오래 전 기록이 적혀 있었다. “나는 커피를 내린다. 그리고 떠나는 법을 배우는 사람들의 등을 본다.” 그런데, 첫 장 뒤편에 묘하게 낡은 종이가 끼워져 있는 걸 그제야 발견했다.
누렇게 바랜 종이에는 낯선 문장이 적혀 있었다. “문턱의 주인은 계약으로 선택된다.” 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나는 이 카페를 인수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계약’에 의해 선택된 것이었다. 그때, 문턱 위 종이 스스로 울렸다. 문은 닫혀 있었는데도, 맑은 울림이 공간을 흔들었다. 그리고 가게 한구석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읽으셨군요.” 돌아보니 창가 의자에 앉아 있는 그림자가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존재는 분명 오래 전부터 이 카페를 지켜보고 있었던 듯했다. “당신은 스스로 온 게 아닙니다. 계약에 의해 여기에 앉아 있는 겁니다. 첫 번째 바리스타가 남긴 약속을 이어받은 거죠.” 나는 숨을 삼켰다. “계약이라니… 누구와?” 그림자는 커피 향에 스며들듯 낮게 대답했다. “도시의 기억과. 떠나지 못한 자들의 목소리와. 그리고… 당신 자신과.” 종소리가 다시 울렸다. 나는 깨달았다. 이 카페는 단순히 내 선택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맺어진 계약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