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손님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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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위 종은 오래된 종소리를 내며 울렸다. 낯익으면서도 처음 듣는, 묘한 울림이었다. 문이 열리자, 낡은 외투를 입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는 천천히 걸어와 카운터 앞에 앉았다. 그의 손에는 오래된 가죽 노트가 들려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가 바로 첫 번째 손님이라는 것을. “여기가 문턱이군요.”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잔을 준비하며 대답했다. “당신이 이곳을 처음 연 분인가요?” 그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나는 단지, 문을 두드린 첫 번째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그는 노트를 펼쳤다. 첫 장에는 단 한 문장만 적혀 있었다. “나는 커피를 내린다. 그리고 떠나는 이들의 등을 본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 문장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노트의 첫 장과 똑같았다. “그럼… 당신이 그 문장을 남긴 건가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나는 그 문장을 듣기만 했습니다. 문턱 너머에서, 누군가가 내게 속삭였지요. 그리고 나는 그 말을 기록했을 뿐입니다.” 그의 눈빛은 깊었다. “바리스타는 선택되는 게 아니라, 호명되는 겁니다. 떠나지 못한 이들이,당신의 이름을 불러낸 거예요.” 내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나는 단순히 이 가게를 인수했다고 믿었지만, 실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호명에 응답했을 뿐이었다. 첫 번째 손님은 잔을 들고 향을 맡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모금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턱은 단순한 경계가 아닙니다. 그건 선택의 자리이자, 계속 이어질 약속입니다.

당신도 언젠가, 누군가의 첫 번째 손님이 될 겁니다.” 종소리가 다시 울렸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낡은 노트 한 장이 남아 있었다. 그 안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모든 시작은, 한 잔의 커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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