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단골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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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균열이 스스로 닫히자, 카페는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공기는 달라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곧 들어설 것을 기다리는 듯, 잔 위의 향까지 긴장에 떨고 있었다. 종소리가 울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번 손님은 특별할 거라는 것을.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 낯익은 걸음걸이, 익숙한 자리에 앉는 동작, 그리고 언제나처럼 조용히 꺼내는 수첩. “……단골 손님.” 나는 숨을 삼켰다. 그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눈빛은 여전히 느리고 차분했지만, 그 안엔 긴 여정을 끝낸 자의 무게가 담겨 있었다. “오랜만이군요.” 그가 말했다. “커피 향이… 아직 남아 있네요.” 나는 떨리는 손으로 잔을 준비했다. 그의 주문은 언제나 같았다. 아침엔 라떼, 밤엔 에스프레소. 오늘은 밤이었고, 나는 가장 깊고 짙은 원두를 골랐다. 그가 잔을 들기 전, 나는 용기를 내 물었다. “그때… 마지막에 남긴 말. ‘언젠가 다시 오겠다’던 약속. 지금 그것을 지키러 오신 겁니까?” 그는 잔을 내려놓고 수첩을 펼쳤다.빈 페이지 위에는 단 한 문장만이 남아 있었다. “끝내 하지 못한 고백은, 돌아와서라도 해야 한다.” 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바리스타, 이번엔 제 이야기를 기록해 주실 수 있나요?” 나는 펜을 들었다. 그의 목소리가 잔잔히 번져갔고, 나는 단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기록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단골 손님은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 내 기록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존재라는 것을. 종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이번엔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모습은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도 써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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