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스타의 고백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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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손님이 떠난 뒤, 카페는 여전히 고요했다. 그러나 나는 더 이상 예전처럼 잔을 내릴 수 없었다. 커피 향은 변함없이 퍼졌지만, 그 향은 이제 나를 향해 있었다. 마치 “너도 이제 말하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나는 노트를 펼쳤다. 수많은 기록이 빼곡히 적혀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내 이야기는 없었다. 나는 늘 누군가의 마지막을 적어왔을 뿐, 단 한 줄도 나 자신을 쓴 적은 없었다. 펜이 손끝에서 무겁게 흔들렸다. 한동안 빈 페이지를 바라보다가, 나는 마침내 적기 시작했다. “내 이름은 채은. 나는 이곳의 바리스타이자, 문턱의 지킴이다.” 글자는 떨리면서도 선명하게 새겨졌다. 펜이 움직일수록, 마치 오래 눌러왔던 숨이 터져 나오는 듯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이어서 적었다. “나는 수많은 마지막을 지켜봤다. 그러나 이제는, 나 자신의 마지막도 기록하려 한다. 이 문턱은 나를 가둔 곳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자리다.” 그 순간, 창가의 사진이 빛을 발했다. 세 사람의 웃음 속에서 가운데 여자의 얼굴이 또렷해졌다. 그녀가 내게 속삭였다. “이제야 네 목소리를 들었구나.” 손목 위 시계가 다시 움직였다. 11시 50분에서 51분으로, 멈췄던 시간이 처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노트를 덮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를 대신 쓰는 기록자가 아니다. 나는 나 자신의 이야기를 남길 바리스타다.” 종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이번엔 누군가의 발소리가 아니라, 내 심장의 박동과 겹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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