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 10분 전. 시계 바늘은 다시 멈췄다. 그러나 이번엔 카페 안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함께 멎은 듯 고요했다. 문턱 위 종이 울렸다. 그 울림은 벽을 넘고, 거리를 지나, 도시 구석구석을 울렸다. 그리고 카페 안으로, 수많은 그림자들이 몰려들었다. 지하철의 빈 자리에서, 네온 불빛 아래에서, 사라진 역에서. 떠나지 못한 모든 목소리가 한꺼번에 이곳에 도착했다. “돌려줘.” “기다렸어.” “기록해 줘.” “끝내게 해줘.” 공기는 숨 막히게 무거워졌다. 나는 카운터 뒤에서 두 손으로 잔을 붙잡았다. 그러나 잔 하나로는 부족했다. 수십, 수백 개의 잔이 필요했다. 그때, 창가의 사진이 스스로 떨어져 바닥에 부딪혔다. 세 사람의 웃음은 사라지고, 사진 위에 새로운 문장이 새겨졌다. “문턱의 주인은 마지막 심판을 내려야 한다.” 그제야 깨달았다. 심판은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르는 것이 아니었다. 떠나지 못한 이들을 남길지, 보낼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그림자들은 내 앞에 서서 기다렸다. 그들은 한꺼번에 울부짖지 않았다. 그저 내 대답을 기다리는 듯 고요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는 주인이 아니라 지키는 자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나는 선택하겠습니다. 당신들을 붙잡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끝낼 수 있도록, 마지막 잔을 내리겠습니다.” 커피 향이 짙게 퍼졌다. 그 향은 벽을 넘어 도시 전체로 흘러갔다. 그리고 그림자들이 하나둘 고개를 숙이며 사라졌다. 울부짖음도, 미련도 없이. 마치 오래 기다린 안식처에 도착한 사람들처럼. 남은 건 빈 잔과, 내 손끝에 남은 떨림뿐이었다. 종소리가 마지막으로 울렸다. 문은 닫혔다. 그러나 이번엔 완전한 닫힘이 아니라, 마침내 안정을 찾은 닫힘이었다. 나는 노트에 적었다. “문턱 너머의 심판은, 떠남을 허락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