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다른 사람이란 걸 알게 될 때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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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생각했고,

내가 느끼는 슬픔도, 기쁨도

고스란히 전해질 거라 여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

엄마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게 서운함이었는지,

실망이었는지,

아니면 나만의 오해였는지

그 감정조차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내 입장에서 보면 분명한 일이

엄마 눈엔 전혀 다르게 보였고,

엄마의 말이 내게는 상처가 되었지만

그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걱정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엄마도 나처럼

자신만의 생각과 경험을 가진

‘한 사람’이라는 것을.

나와 완전히 같은 존재가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지만

다르게 살아온,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엄마는 엄마의 방식으로

나는 나의 방식으로

사랑을 말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 다름을 받아들이기까지

우리는 꽤 많은 침묵을 지나야 했고,

서로를 향한 오해의 그림자도 길었다.

하지만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꼭 같아지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건 멀어지는 게 아니라

조금 더 깊어지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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