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희생은 늘 배경이 된다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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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건 늘 나였고,

눈에 띄는 건 늘 내 삶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장면 뒤엔

항상 같은 사람이 서 있었다.

묵묵히,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모든 걸 지탱해주는 사람.

엄마는

카메라엔 잘 찍히지 않았지만

사진 속 모든 온기를 만든 사람이었다.

희생은 보통

크게 소리 내어 말하지 않는다.

엄마의 삶도 그랬다.

내 삶이 반짝이도록

자신의 시간을 천천히 꺼내어 태운 사람.

때로는

엄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보다

엄마가 얼마나 많은 걸 포기하며 살아왔는지

그게 먼저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진다.

사람들은 주인공만 기억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배경이다.

배경이 무너지면

주인공도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나는 엄마가 떠난 뒤에야 알게 되었다.

엄마는 항상 뒤에서

등을 떠밀어주던 사람.

내가 넘어지면

그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아무 말 없이 손을 내밀던 사람.

그 조용한 희생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나로 설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순간이 끝난 후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엄마는

그런 존재였다.

항상 있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내 인생의

가장 깊고 넓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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