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 수많은 순간들

by 황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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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정말 몰랐다.

아침마다 내 도시락을 챙기며

한 숟가락도 제대로 먹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는 걸.

내가 새 옷을 입을 땐

몇 해째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있었고,

내가 밤늦게 들어와도

불을 끄지 못하고 기다리던 사람이 있었다는 걸.

감기 기운에 괜히 짜증을 내도

아무 말 없이 이불을 덮어준 사람.

혼자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와

거실 불도 안 켠 채 앉아 있었을 그 마음.

나는 몰랐다.

엄마의 하루가 나로 가득 차 있었다는 걸.

내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엄마의 하루,

내 한마디에 무너지는 엄마의 마음.

그 모든 걸.

지금 돌아보면

엄마의 삶은

늘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그 세계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미안하고,

믿고 싶을 만큼 눈물 나도록 고맙다.

사랑은

받는 동안엔 잘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가장 선명하게 남는 것.

그게 사랑이라는 걸,

나는 지금에서야 안다.

나만 몰랐던 수많은 순간들이

이제야 하나씩 떠오른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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