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까워서, 너무 안 보였다

by 황혜림
roses-7945822_640.jpg




늘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열려 있던 문,

식탁 위 따뜻한 밥,

깨끗이 개어진 이불,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날 바라보던 눈빛.

모든 것이 너무 익숙해서

그게 누군가의 마음이고,

누군가의 삶이었단 걸

그땐 몰랐다.

사랑은 거창한 말로 다가오지 않았다.

늘 하던 잔소리처럼,

늦게까지 놀지 말라고 혼내는 말투처럼—

그 모든 게 사실은

나를 향한 가장 크고 조용한 애정이었다는 걸

왜 그땐 그렇게 쉽게 지나쳤을까.

가끔 생각해.

엄마는 하루에 몇 번쯤 나를 생각했을까.

나는 하루에 몇 번쯤 엄마를 기억했을까.

이제야 알겠다.

사랑은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언제나 내 옆에 있었다.

그래서 더 보지 못했다.

너무 가까우면,

너무 당연하면,

사람은 오히려 더 잘 보지 못한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사람이 사라진 뒤에야

그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를

처음 알게 된다.

그제야,

텅 빈 방 안에서 조용히 부르게 되는 이름.

엄마.

내내 옆에 있었던 그 사랑을

이제는 마음으로 껴안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평생을 기억하려 한다.

이전 05화엄마는 언제나 마지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