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뒤 골목은 젖은 종이 냄새로 가득했다. 새벽 한 시 반, 카운터의 스팀 노즐을 닦고 있는데 종이 짧게 울렸다. 발소리가 들렸다. 젖은 운동화가 고무 매트를 스치는 소리. 나는 시선을 내렸다. 발목에 자전거 체인 기름이 자국처럼 번져 있었다. 라이더였다. 그가 카운터 앞에 서자 차가운 공기가 먼저 다가왔다. 나는 익숙한 문장을 기다렸다. 그는 조금 주저하다가 말했다. “혹시… 밤에도 라떼 되나요?” 평소와 달랐다. 보통은 ‘마지막 커피’라고 한다. 나는 라떼 잔을 꺼냈다. 스테인리스 피처에 우유를 붓고, 포터필터에 원두를 눌렀다. 추출이 시작되자 에스프레소가 얇은 실처럼 떨어졌다. 크레마가 안정되자 우유를 스팀했다. 거품이 피어오를 때,
그가 조심스레 한마디를 덧붙였다. “뜨겁진 않게요. 너무 뜨거우면… 급하게 마시고 싶어질까 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잔이 반쯤 채워졌을 때, 그는 캡 모자를 벗었다. 머리카락이 비에 눅눅했고, 눈썹 끝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손등에 긁힌 자국이 있었다. 나는 그 손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눈이 갔다. “늦게까지 뛰었나 봐요.” “오늘은… 마지막 배달이었어요.” 그는 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라떼 표면에 얕은 하트가 떠올랐다. 그는 그걸 잠깐 바라보더니, 숨을 고르는 사람처럼 눈을 감았다. 나는 말하지 않았다. 향이 방 안에 넓게 퍼질 때까지 기다렸다. “제가… 오늘, 신호를 무시했어요.” 목소리는 낮았다. “빗길이라 괜찮겠지 했는데, 그 순간은 늘 괜찮다 싶거든요. 그 다음이 문제죠.” 그는 마시지 않고 있었다. 잔을 감싼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우유 거품이 식는 속도를 가늠했다. 그가 다시 말했다.“남겨야 할 말이 있는데, 전화를 걸 수가 없어요. 전화는… 여기서 안 되는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들지 않고 노트를 폈다. 날짜를 적고, 잔의 모양, ‘라떼, 뜨겁지 않게’라고 썼다. 그리고 한 줄을 띄웠다. “누구에게요?” “동생이요. 엄마랑 둘이 있어요. 제가 빚을 좀 만들었는데, 이번 달까지만 버티면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괜찮지는 않더라고요.” 그는 마침내 한 모금 마셨다. 미지근한 우유의 달큰함이 혀에 닿자 몸이 잠깐 돌아오는 듯했다. 그는 숨을 내쉬었다. “제가 쓰는 메모 앱에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요. 동생이 못 열어요. 거기, 계좌랑 비밀번호가… 다 있어요. 다음 달 월세, 등록금, 그리고… 사과.” 그는 웃었다. 라떼의 하트가 무너졌다. “사과도 비밀번호가 필요하네요. 제가 겨우 해놓은 게 그거라…” 나는 카운터 아래 서랍을 열어 낡은 영수증 롤을 한 장 뜯어냈다. 볼펜을 건네며 말했다. “여기에, 그 앱 이름과 힌트를 적어요. 여긴 통화가 안 되지만, 물건은 남아요.” 그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나는 오래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수증 위에 ‘앱 이름’, ‘힌트: 너의 첫 자전거 이름’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이어서 짧게 썼다.
_창문을 닫고 자. 비 올 때 베란다 고무 패킹 소리 무서워하지 말고. 내 내일은 여기까지야. 다음 내일은 너에게._
그는 영수증을 접어 잔 옆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말했다. “근데, 이게 어떻게…?” “여기서는, 남길 의지가 있는 것들이 길을 찾아가요.” 그는 라떼를 끝까지 마시지 않았다. 한 모금이 남았다. 떠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 모금을 남긴다. 남은 온기가 물러나는 속도보다 마음이 먼저 앞서갈 때, 잔의 한 모금은 다음 사람을 위한 체온처럼 남는다. 그가 일어섰다. 의자의 다리가 바닥을 긁지 않았다. 발소리도 없었다. 문이 열리며 종이 울렸다. 빗물 냄새가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나는 영수증을 노트에 붙였다. 앱 힌트 전달됨 이라고 적었다. 새벽 세 시. 바깥은 다시 조용했다. 라떼 잔 표면에 얕은 막이 생겼다. 나는 그 막을 스푼으로 걷어냈다. 그 아래 남은 온기를 혀끝으로 확인하고, 스위치를 내렸다. 한 잔이 끝나면 또 한 잔의 시작이 온다. 떠나는 법을 배운 사람의 등을 본 뒤에는 누군가의 도착을 준비해야 했다. 그날 저녁, 카페 우편함에 작은 비닐 봉투 하나가 꽂혀 있었다. 젖지 않게 포장된 영수증 한 장과, 노란색 손글씨 메모.
_언니가 알려준 힌트로 열었어요. 창문 소리 안 무서워요. 고마워요. 내일은 제가 가져갈게요._
비닐 안에는 오래된 자전거 열쇠가 들어 있었다. 녹슨 키의 머리엔 귀여운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내 첫 자전거. 나는 우편함을 닫고, 종이 다시 울리는 소리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