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이가 엄마 아빠에게 온 시간도 어언 육 년이 지났구나. 녹색 의료용 시트에 감싸진 채 눈을 감고 빽빽 거리던 갓난쟁이가 이제는 엄마 아빠의 건강을 걱정할 정도로 어엿한 아이가 되었네. 문득 찬이가 지금 모습 그대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세월은 엄마 아빠를 스쳐 지나가고 너희들을 또 키워내겠지. 다시 생각하면 얼른 컸으면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잘 때마다 엄마 품을 찾는 너의 머리에서 나는 향긋한 아기 냄새를 엄마 아빠는 항상 간직하고 싶단다.
이제 내일이면 너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게 돼. 학교로 가는 거야.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놀던 교실은 이제 점점 없어질 거야. 그 안에서는 규율과 규칙을 배우고 부끄러움과 자신감을 배워야 해. 지금까지 마음대로 되던 것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하지 말아야 될 것, 하기 싫지만 반드시 해야 될 것들 따위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거야.
가끔 학교에 가기 싫은 날도 생기고, 찬이를 괴롭히는 친구도 있을 것이고, 선생님이 화를 내는 장면도 보게 될 거야. 이 모든 것들이 엄마 아빠가 없는 공간에서 이루어질 거고, 그럴 때마다 찬이 너는 혼자 이 상황을 이겨 나가야 해. 여린 너의 성격 탓에 엄마 아빠는 더 마음이 쓰이지만 찬이가 잘 해내리라 믿어.
그런 낯선 환경들을 어느 정도 지나고 나면 찬이는 아마 멋진 초등학생이 되어 있을 거야. 학교에서 주어지는 문제를 풀면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어려운 문제를 풀고 난 다음에는 선생님에게 칭찬도 받고, 친구가 하나 둘 많아지면서 나중에는 그런 친구들 때문에 학교에 가고 싶어 지는 순간들이 곧 오는 거지.
그리고 잊지 마 찬아. 같은 공간 속에는 없지만 엄마 아빠는 항상 찬이와 함께 있을 것이고 언제나 너를 응원할 거야. 멀찍이서 네가 넘어지는 걸 볼 테지만 네가 툴툴 털고 일어나는 것 또한 지켜보고 있을 거야. 아빠와 함께 자전거 타던 날 생각나지? 너는 아빠가 자전거를 잡고 있는 줄로 알았지만 사실 너 혼자 페달을 구르고 있었던 거. 그것과 똑같은 거야. 그렇게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너를 보고 있어.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많이 내리네. 아빠는 출근을 해야 하고 너희들 등굣길에 비 맞겠다 싶어 베란다 창문을 하염없이 보는데, 어느새 찬이가 아빠 뒤로 와서는 '아빠 걱정하지 마 우리 비옷 입고, 우산 쓰고 가면 돼.'라고 말을 하네. 아빠의 표정을 읽은 건지 아니면 뒷모습에 그렇게 쓰여 있는 건지, 아빠는 너를 번쩍 들어 안으며 '이놈 언제 이렇게 컸지'라고 생각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