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근무라 3일 중 하루는 회사에 있다. 팀원 중 누군가가 휴가라도 가는 날에는 3일 중 이틀을 회사에 있어야 한다. 회사에 있으면서 하는 일은 바다를 순찰하고 긴급한 상황이 있으면 출동해서 구조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책상에 앉은 채 대기한다. 그 시간 동안 문서 열람함을 보고, 또 필요하면 문서를 직접 만든다. 휴식시간이 주어지면 의자에 앉은 채 핸드폰을 보거나 책을 읽곤 한다.
그러고 보니 앉아서 무언가를 하는 시간이 많다. 어쩌면 침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의자와 함께하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회사에서 나오는 보급품 의자를 쓰지 않는다.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정작 집보다 불편한 의자에 앉아 그 시간을 보낸다는 것에 화가 났다. 검색을 통해 좋은 의자를 알아봤고 가구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직접 앉아 봤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편안한 의자를 구입했다. 그게 14년 전 일이다.
앉으면 엉덩이가 미끄러져 내려와 허리가 아팠던 사무용 의자는 창고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사람들은 회사 용품에 개인 돈을 쓰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불편한 의자를 감내할 의지가 있는 듯했고 회사 공간에 자신의 돈을 쓰는 걸 아까워했다. 그들에게 설득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의자를 30만 원에 구입했고 지금까지 잔 고장 없이 잘 쓰고 있다. 1년에 약 2만 원의 돈을 내고 의자를 쓰는 셈이다.
전자제품을 2년이 멀다 하고 바꾸는 나 같은 얼리어답터에게 1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한 물건이 있다는 건 신기할 정도의 일이다. 그간 두 번의 직업을 바꾸었고, 다섯 번의 사무실을 옮겨 다녔다. 나는 그때마다 이 의자를 들고 다녔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나를 유별나다 했다.
때가 타고 먼지가 조금 앉긴 했지만 여전히 이 의자는 편안하다. 이 의자에선 책도 잘 읽히고 문서도 잘 만들어진다. 휴식이 필요할 땐 의자 등받이를 뒤로 젖히고 가만히 눈을 감는다. 그렇게 한 10분이 지나면 흐릿했던 머릿속이 맑게 갠다.
이 글을 타이핑하는 순간에도 나는 의자에 앉은 채다. 허리를 꼿꼿이 펼 수 있고, 엉덩이가 푹신해 아늑하기 그지없다. 시간이 좀 더 지나더라도 이 의자와 함께했으면 한다. 이 의자가 내 삶의 무게를 견뎌내는 그날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