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by 케빈

이 놈 새근새근 잘 잔다. 이마를 만져보니 상그랗다. 한 며칠 녀석도 힘들었는지 잠든 모습이 더없이 온화하다. 이 작은 몸 안에서 세균들과 전쟁을 치를 것을 생각하니 애처롭기 그지없다. 콧등에 난 솜털 끝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감긴 눈 사이로 삐죽이 솟은 속눈썹이 깊은 잠을 자는 것 같아 마음이 푸근해졌다.


5일 전에 갑자기 학교에서 걸려온 전화에 덜컥 가슴이 내려앉았다. 하교시간 전 학교에서 오는 전화는 아이가 아프거나 다쳤거나 둘 중 하나이기에 통화 버튼을 누르면서 나지막이 기도했다. 별일이 아니기를. 아니나 다를까 큰애가 복통을 호소하며 축 쳐져 있어서 지금 집으로 보낸다는 선생님의 연락이다. 알겠습니다 답하고 장모님께 연락드려 아이를 데려오게 했다. 나는 조퇴를 썼다.


어려서부터 열감기를 자주 앓았던 찬이는 동생 준이보다 잔병치레를 많이 했다. 한 해가 멀다 하고 1년에 한 번은 병원 신세를 졌다. 그때마다 꼭 링거를 맞아서 열을 떨어뜨렸다. 학교에 입학하고 난 다음부터는 마스크 덕분인지 감기 한 번 안 하던 녀석이 며칠 전 태권도를 다녀오더니 비실비실 힘이 없기 시작했다. 뛰어노느라 고단해서 그런 건가 했는데 아이들 사이에 섞여 놀면서 더러운 손으로 코도 파고 입에도 넣고 한 모양이다.


병명은 임파선염이었다. 아이의 목 주변이 부어 올라 울퉁불퉁했다. 의사 선생님이 입원을 권유했고 그날 오후 준비를 마치고 바로 입원했다. 이제 좀 컸다고 주사 맞을 때 울지도 않았다. 그래도 겁은 나는 모양인지 주사 바늘을 계속해서 쳐다본다. ‘찬아 그렇게 보고 있으면 더 아파.’ 하고 눈을 가려주었다. 품에 안긴 녀석의 어깨와 머리가 훌쩍 커버렸다.


다행히 해열제도 잘 듣고 항생제 반응도 좋아서 열은 금방 내렸다. 병원에 있는 동안 엄마랑 동생, 할머니가 자기 보고 싶으면 어떡하지라며 걱정을 한다. 코로나 예방 관련 보호자 지정이 1명밖에 되지 않았고 입원기간 동안 면회도 안된다는 말을 이해한듯하다. 나는 그럴 때마다 영상통화로 보면 되지 하고 달래주었다. 주사 맞을 때 참은 눈물을 그때서야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낙상을 방지하고자 설치된 병상 가드를 올리고 그 곳에 머리를 댔다. 왼손은 찬이의 이마에 오른손은 찬이의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마음은 ‘세상 모든 신에게 이 아이가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하며 기도했다. 아빠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다 하며 아이를 재웠다. 철제 가드가 그런 아빠의 마음을 외면한 채 둘 사이에 굳게 선을 그었다. 그래도 왼손은 부지런히 찬이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고 땀이 살짝 맺혀 열 없는 이마를 계속해서 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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