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는 것은 얼마간의 시간과 노력만으로 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이다. 문해력만 있으면 소설을 읽거나 신문 기사를 읽거나 웹페이지에 다른 누군가가 쓴 글을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반해 글쓰기는 아무래도 힘이 든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 창작활동이며, 보통의 실력으로는 엄두를 내지 못하는 매우 어려운 만들기 활동이다. 그런데도 글을 ‘잘’ 써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처음 글을 쓴 건 초등학교 때였다. 해적판 드래곤볼 만화책이 유행하던 시절 아이들에게 또 다른 이야깃거리로 ‘무서운 이야기’가 함께 유행하고 있었다. 당시 서강출판사에서 초등학생이 직접 쓴 ‘괴이한 이야기’로 원고를 모집했는데 나는 어설프게나마 아버지에게 전해 들은 고양이 이야기를 써서 원고로 제출했다.
지금 다시 읽어봐도 쥐구멍에 숨고 싶은 글 솜씨이지만 당시에는 내 글이 실린 책과 함께 받은 선물이 내 인생 최고의 보물이 될 만큼 자랑스러웠다. 그 책이 얼마만큼 팔렸는지, 내 이야기를 몇 명이 읽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그 부끄러운 글을 나는 읽고 또 읽고 했다. 그러면서 ‘글을 좀 더 잘 썼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다른 출판사에서 모집하는 원고에도 몇 번 어린 글 솜씨를 뽐내 봤지만 번번이 낙방하고 말았고, 이후 내 글쓰기는 일기장에만 머무는 수준의 글이 되어버렸다. 가끔 책상 정리를 하는 날에 그 일기장을 꺼내 읽곤 하지만 읽으면서 미소와 함께 부끄러운 생각이 먼저 찾아온다.
아이를 낳고 몇 번의 직업을 거친 지금은 다른 때와 달리 글감이 풍부해졌다. 잘 쓰진 못하지만 쓰고 싶은 글들이 많아졌다. 아이가 했던 말과 행동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고, 내가 겪은 직업에 대해 다른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다. 남긴 글과 알릴 글 사이에 작은 감동과 소소한 재미를 넣어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요즘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