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잘 자고 싶다.

불면증 치료제 투약기

by 케빈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자 잠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가장의 무게이거니 생각했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러했다. 불안한 미래 속에 아이의 웃는 얼굴만 보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결혼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혼자 살면서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 아침에 일어나는 거였다. 실제로 잠이 많았다.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는 일상을 유지했고, 출근하는 날에는 분주히 준비하지 않으면 지각하기 일쑤였다.


나이가 들면 잠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믿었다. 노화로 인한 생체시계가 변화하며 멜라토닌 분비가 감소되고, 이는 수면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현상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새벽 4시가 되면 어김없이 눈이 떠졌다. 피곤하진 않았다. 멀쩡한 정신으로 눈을 떠서 시계를 확인하면 어김없이 4시 언저리였다. 그때부터는 무슨 노력을 해도 잠을 다시 이룰 수 없었다. 그러다가 출근시간이 다가오는 8시가 되면 졸음이 쏟아졌다.


교대근무의 영향이라고도 생각했다. 지금 다니는 직장은 3교대 근무다. 24시간 근무를 하면 48시간 휴무가 주어졌다.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도 근무하는 24시간은 뜬 눈으로 지새야 했다. 그리고 퇴근하고 해가 떠 있는 상태에서 잠을 청했다. 아무리 암막 커튼을 짙게 설치한다 해도 생체리듬을 거스를 순 없었다. 낮에 자는 잠은 두 시간을 넘기지 못했다.


그래서 생긴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몸이 늙는 게 느껴졌고 이래선 안 되겠다 생각했다.

얼굴이 푸석해지고 안광이 빛을 잃어갔다.

눈 주변은 다크 서클이 짙게 드리워졌고 주름도 늘어갔다.


병원을 찾았다.


동네 신경정신과를 방문해서 상담을 했다. "선생님 잠을 잘 자고 싶습니다." "새벽만 되면 눈이 떠져 다시 잠들 수가 없어요."


내가 처방받은 약은 파록스씨알정, 아티반정, 사일레노정이었다.


파록스씨알정은 주요 우울증,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사회공포증에 효능이 있었다.

아마 주요 사건 사고를 접하는 직업이다 보니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데서 오는 일종의 공포감 같은 게 나한테 있었던 모양이다.


아티반정은 신경증에서의 불안에 효능이 있었고 마취 전에 투약하는 약물이었다.


사일레노정이 직접적인 치료제였는데 약학정보원에서 검색해 보면 "수면유지가 어려운 불면증의 단기 치료"라고 명시되어 있다.


위 세 종류의 약을 1년째 복용하고 있고 지금부터 쓸 이야기는 1년 간의 투약기이다.

잠을 잘 자기 위해 개인적으로 노력했던 부분들을 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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