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옮긴 부서는 출장이 잦았다. 해양경찰에는 10개의 항공대와 29척의 헬기 착함 가능한 함정이 있는데 이러한 곳들을 둘러보며 점검하는 일을 하는 부서였다. 1년에 15번의 출장, 한 달에 한두 번 3~4일 정도 타지에서 자야 했다.
잠자리가 바뀌면 불면의 밤은 더 심해졌다. 침구가 아무리 청결해도, 시설이 아무리 최신식이어도 숙면에 도움을 주진 못했다. 가끔 가다 방음이 안 되는 곳에 묵게 될 때면 약의 힘을 빌려도 숙면이 힘들었다.
제주 출장길에 있었던 일이다. 출장이 잦다 보니 집에는 언제든 속옷과 세면도구가 있는 '출장가방'이 준비되어 있었다. 가방엔 속옷보다 중요한 '처방받은 약'도 항상 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날 제주 숙소에 도착해서 가방을 열고 잘 준비를 하려고 할 때 약이 없는 걸 알았다. 당황스러움과 함께 걱정이 밀려왔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은 뜬 눈으로 지새웠다. 아무리 잠이 들려고 노력해 봐도 잡념만 가득 찼고 잠깐 잠들었다 눈을 떠 시계를 보면 10여분이 지나있었다. 그렇게 짧은 수면을 몇 번 반복했을 때 어느새 동은 터오고 창문 밖이 환해졌다. 그날 나는 잠드는 걸 포기했다. 물론 일은 하나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집에 전화해 내가 먹는 약봉투를 사진으로 찍어달라고 했다. 제주 병원에 가서 똑같은 약을 탈 예정이었다.
의외로 제주에는 신경정신과가 많았다. 제주시 주변에 네댓 개의 병원이 있었고 그중 하나를 택해 약을 받았다. 몇몇 곳에서는 먹던 약을 지어주지는 않는다고 해서 전화를 여러 군데 돌린 끝에 찾은 곳이었다.
약을 먹지 않고는 잠을 잘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