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이 될 수 없다.
“여러분! 들어보십시오!”
북경은 어디를 가나 사람으로 인산인해였지만, 요즘 따라 더욱 시끌벅적해졌다. 사람들의 말로는 나라 곳간에 금은보화도 텅텅 비었으며, 태후가 군비에 쓸 돈을 다른 곳에 쓰고 있다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다른 것 보다 민족이란 단어를 앞세워 날마다 응얼이진 소리를 질러대며 사람들에게 소리 지르는 자들이 언제나 무리 지어 다니기 시작했다.
“타오, 이것 좀 봐봐. 이것도 신기하다 그치?”
“그러게. 참, 서역과 교류가 많아지니 세상 신기한 게 많다. 그치?”
“어이 젊은이들!”
둘 만의 오붓한 시간을 누군가 강제로 깼다.
“지금 일본 놈들마저 이 나라를 부셔버릴려고 하는데 이렇게 느긋이 있으니 좋은가!”
타오는 본능적으로 나를 감싸며 보호했다.
“행동 조심해. 시국이 어느 땐데... 쯧쯧...”
타오는 아무 말 없이 노려보았다. 다행히 그 남자는 말을 덧붙이진 않았으나, 행여나 사고가 날까 싶어 두려웠다.
“빨리 장보고 집으로 가자.”
“응....”
‘대청군’
대청군이란 글자가 적힌 화려한 깃발을 세워 둔 군인들이 지나가는 사람마다 지켜보듯이 쳐다보았다. 그들의 눈빛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어이! 거기!”
오늘이 날이라도 한 건지, 유독 잦은 마찰에 부딪혔다. 타오가 말했다.
“저 말씀이신가요?”
“그래. 너. 이리 와 봐.”
타오는 말없이 다가갔다가 꽤 오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몇 번 끄덕거렸다. 그러다가 그들 중 무리의 대장 격으로 보이는 자가 나를 한 번 스윽 쳐다보더니 다시 타오에게 말하는듯했다.
“뭐라고 하던?”
“응. 어.... 아니야.”
“말해줘! 빨리.”
“대청군으로 입대하래.”
“?!”
“그러더니만, 널 보더니 아내냐고 묻더라. 그래서 맞다고 했어.”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입대한다고 했어?”
“....”
“했냐고?!”
“생각해 보겠다 했지.”
“뭘 생각해?”
“그냥. 말 그래도 생각하겠다고.”
“들어간다고?”
“아니~ 그냥 아...”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으나, 타오가 처음으로 나에게 보낸 탄식이었다. 그것은 마치 나에 대한 포기와 같았고, 마치 나의 존재가 그에게 짐처럼 느껴지게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싸늘한 시선은 참을 수 없이 수치스럽게 했다.
“야! 어디가!”
아무 말 없이 길을 떠났다. 녀석도 똑같은 놈이라는 생각에, 몸에 열이 나기 시작하며 더웠다.
나름 돌아서 집에 갔지만 집엔 아무도 없었다. 녀석이 아무 생각 없이 바깥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미칠 것 같이 열이 받았다. 그러다 갑자기 문이 열렸고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야!”
“....”
진이었다.
“뭐야.... 너 우리 집 어떻게 알았어?”
“남자.... 신발이 있네....?”
“뭐...?”
“더러운 년 같으니!”
흥분한 진이 소리치며 말했다.
“네 년이 지금 데리고 살고 있는 그 녀석! 네 고향에서 데리고 온 그 녀석 아니야?!”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내가 널 얼마나 아껴줬는데! 넌 어찌 된 게 인간으로써 감사함도 없냐?”
“감사해! 감사하다고 늘! 그래서 네가 부탁하는 거 내가 군말 없이 다 들어주잖아!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잖아!”
“....”
“아아아악!”
녀석이 갑자기 나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눈이 돌아버린 녀석은 나를 쓰러뜨리고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켁켁!”
손을 치며 계속 놓아달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녀석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자 밖에서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타오가 돌아왔다. 타오는 손에 쥐이는 아무것을 들고서 그대로 녀석의 머리에 휘둘렀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