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女 6화

동정과 연민의 가면으로 나를 소유하려 했던

by diletantism

6화 - 우연처럼, 운명처럼


“내 이름은 슌입니다.”


그의 중국어 발음은 귀여웠다. 정직하며 딱딱한 말투, 그렇지만 그의 눈동자는 지진이 난 듯 흔들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일전에 할머니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뿐입니다.”


“여기 작은 선물입니다.”


“아. 네.”


탄식과 짧은 대답으로 긴장된 공기가 성당을 감쌌다.


“차 한 잔 하고 가시지요. 제가 일본에서 와서 차 문화에 거의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 와서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차입니다.”


“네, 좋아요.”


예상과는 달리 신부는 본인의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동경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어떻게 신부가 되기로 했는지, 선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가 무엇인지 등 말이다. 그의 이야기는 꽤 흥미로웠다.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그는 뒤에 말이 핵심이라는 걸 눈치 챈 듯 했다.


“아, 다른 곳을 가본 적 있으신가요?”


“아뇨... 전혀요...”


“평소에 무엇을 하시며 지내시나요?”


“뭐... 집안일을 하고... 뭐 그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꿈은요?”


“네?”


“하고 싶거나, 되고 싶은게 무엇인지 여쭈어보는 겁니다.”


“....”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것에 대한 질문이 오자, 당황스러웠다.


“boys be ambitions.”


“네?”


“미국인 선교사가 해준 말입니다.”


“무슨 뜻인가요?”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아.... 하하하.. 좋은 말이네요...”


“이건 단순한 말이 아닙니다. 이것이 일본을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운동시키고 있죠.”


덧붙일 말이 없어 옅은 미소만 보였다.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요?”

“제가 듣기론 하나님....이란 분....을 믿도록...? 하는 그런 일을 하시려고 여기 온 것이라....”

“하하하하. 궁극적인 목적일 수 있겠네요.”

“....”


“그렇지만 일단은 여기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도움을 주기 위해 여기 있는 것입니다. 어찌보면 할머니를 돕게 된 것도 그러한 일들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살든지 인생은 본인의 것입니다. 살아가다 무언가 물음표가 생겼다면, 그것을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선 꼭 이곳을 다시 방문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어려운 말이네요... 그치만 좋은 말인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

뚝딱거리는 그의 중국어에 비해 그가 사용하는 말은 심도있어 오묘했다. 그 이상 말에 살을 붙이려 하지 않았고 그도 그러했다. 자리를 마무리하려할 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 저 젊은 친구도 아마 나이가 비슷할 겁니다. 이름은 진. 믿음을 가지기 위해 북경에서부터 만남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죠.”


“아. 네.”


진은 간단히 목례를 하고 자리를 피하려 했다.


“진? 이라고...”


“아. 네.”


“그때 길을 가다 도와주신 거 감사합니다. 신부님.”


“아. 두 사람 모두 안면이 있나보군요.”


“아, 저 신부님. 전에 가정방문을 돌다가...”


“그렇나? 무튼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반가웠습니다.”


진과 남겨지고 신부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아, 참. 진은 아직 신부는 아니야.”


진은 신부의 한 마디에 전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그 모습을 딱히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때 너무 고마웠어. 정말 무서웠는데.”


“어.... 어. 아냐. 멀리서 봐도 저건 아니다 싶었어.”


“북경에서 왔다고...?”


“어. 맞아.”


“너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거야?”


“그냥, 뭐. 믿으면 서역도 보내준다하고 이것 저것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고 해서.”


“아.... 그렇구나.”


“성당 미사에 한 번 와.”


“어. 그럴려고.”


“가끔 선물같은 것도 주거든? 그래서 사람들이 오기도 해.”


이후, 몇 달을 미사에 꼬박 참석했다. 부득이 한 일이 있지 않으면 말이다. 양인들의 종교는 산신을 모시는 것과 다른 또 다른 느낌을 받게 했는데, 큰 무언가가 내 마음을 누르는 그런 느낌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부의 말이 상기되며, 삶이라는 것에 조금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한 생각의 배경에는 슌신부의 동경생활과 신부로써 이 길을 걷게 된 계기를 들으며 들게 된 것인데, 천하 서로 볼 일도 없이 살아갈 법한 세상에서 이렇게 만나게 된 게 단순히 우연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것은 어쩌면 운명, 아니면 누군가가 그렇게 만들어 준 거 같은 느낌이었다.

미사가 끝나면 진과도 가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진 또한 흥미로운 친구라서 간간이 자기가 북경에서 본 것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는 황제부터 태후까지 보았다고 자랑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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