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호를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기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이에 허물을 없애고 서로 친구...
“아미고! 아까 시킨 강아지 산책 완료했어?”
“네.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28분까지, 총 118분 동안 강아지 산책 완...”
“자, 그럼 집안 일 하고 다 끝나면 연락할 수 있도록 해.”
시호의 어머니는 빠른 일과 정확한 일 처리를 원합니다. 그녀는 그것만을 원합니다. 아미고는 그녀가 바라는 바를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그녀를 기쁘게 할 수 있을지 압니다.
“어이, 로봇.”
“네.”
“대리운전 좀 하게 용산네거리로 와 봐.”
“네.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시호의 아버지는 잦은 회식과 업무의 연장으로 항상 피곤에 절어 있습니다. 그는 언제나 가족을 위해 일하며 아미고 또한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며 아껴줍니다.
“야, 너 욀케 늦게 왔냐?”
아버지는 장난으로 아미고를 툭 쳤습니다. 아미고는 배웠습니다. 이것은 친밀감을 나타내는 접촉 ‘스킨쉽’이라고 말입니다.
“야. 깡통. 너, 나 업고 우리 집까지 올라갈 수 있냐?”
“물론입니다.”
“물론이긴... 새끼... 자존심 상하게. 야. 트렁크에 짐 있으니까 그거 들고 계단으로 올라와.”
“네. 알겠습니다.”
우리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친절합니다. 다른 아파트는 지나가다 기분이 나쁘거나 로봇이 실수하는 거 같으면 물리적인 충격을 준다고 하던데 다행히 우리 아파트 주민분들은 모두 친절하셔서 그런 분들이 없으십니다. 우리 아파트 로봇은 하나만 제대로 지키면 됩니다. ‘엘리베이터 이용하지 않기’. 왜냐하면 엘리베이터가 2대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짐을 챙기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머니 아버지가 잠시 말다툼을 하셨습니다.
“왜 갑자기 아미고를 불러서 대리운전 시켜?! 할 일도 많은데! 거기다 바깥을 다녀오면 다시 세척 해야 할 거 아냐! 자율주행모드 왜 안 해?”
“자율주행 점검 시간이라고!”
이럴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게 제일 좋습니다. 데이터 확률상 65퍼센트입니다. 부모님의 말다툼이 격해질수록, 침묵은 가장 안전한 선택이 됩니다. 아미고는 이미 여러 번의 사례를 통해 그것을 학습했습니다.
“됐어. 그냥 빨리 씻고 자.”
어머니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습니다. 아버지는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미고는 그 반응을 ‘갈등 종료’로 분류했습니다.
“아미고, 들어와서 정지 상태로 대기. 남은 건 내일 한 번에 하기로 해.”
“네. 정지 모드로 전환하겠습니다.”
아미고는 현관 옆 충전 거치대에 몸을 고정했습니다. 전원이 일부 차단되기 전, 마지막으로 시호 방을 바라봤습니다. 시호의 방은 어느 순간부터 항상 문이 잠겨 있습니다. 아미고는 시호가 보고 싶습니다.
시호는 작은 화면과 큰 화면만 봅니다. 아침을 먹을 때도, 저녁을 먹을 때도. 시호는 부모님과 다르게 방을 청소해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습니다. 아미고는 그런 시호가 무엇이 필요할지 몰라 계속 검색하고 있지만, 늘 틀려버려서 시호의 온도가 폭발하듯 올라가는 게 많이 측정되었습니다. 이후로 시호가 부탁하는 거 말고는 예측과 추측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미고는 시호만을 기다립니다.
“아미고. 오늘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시호 학원 끝나면 잘 데리고 오고. 밥은 시호가 해달라는 거 레시피 다운로드받아서 알아서 잘 할 수 있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오전 9시 02분. 아미고는 해당 명령을 수신한 즉시 일정표를 수정했습니다. 시호의 학원 종료 시간은 오후 6시 40분. 이동 거리와 보행 속도, 교통량 예측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출발 최적 시각은 6시 32분으로 산출되었습니다. 그 시간까지 아미고는 집안일과 강아지 산책으로 시간을 채워나갑니다.
오후 6시 31분.
아미고는 자동으로 기동했습니다.
“시호 하원 동행 임무 시작.”
학원 건물 앞에는 이미 여러 보호자와 로봇들이 줄을 서 있었습니다. 검은색, 흰색, 회색. 대부분 비슷한 외형을 하고 있었지만, 아미고는 그들 중에서도 시호의 위치만을 추적합니다. 시호의 체온, 심박, 걸음걸이 데이터는 아미고에게 가장 명확한 신호입니다.
갑자기 옆에서 툭하고 아미고를 칩니다.
“오늘은 지각 안 했네.”
“오늘은 교통 혼잡도가 낮았습니다.”
“핑계대지마....”
시호는 괜히 발로 바닥의 작은 돌을 찼습니다. 말끝이 흐려졌을 때, 아미고는 음성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평소보다 감정 기복 수치가 높게 측정되었습니다. 원인 불명.
학원이 집에서 멀지 않기에 시호가 걸어가면 그의 세 발자국 뒤에서 따라 걸어갑니다. 그러면서 주변에 위협이 될 만한게 있는지 항상 카메라 눈을 켭니다. 그리고 위험 확률을 계산힙니다.
“시호, 오늘 저녁 메뉴를 선택해 주세요.”
“아무거나.”
‘아무거나’는 인간이 사용하는 가장 불완전한 명령어입니다. 구체적 수치가 없고, 조건이 없으며, 만족 기준이 명시되지 않습니다. 아미고는 과거 시호의 식사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선호도가 높은 레시피 세 개를 추출했습니다. 그러나 직전 검색 기록에는 ‘초콜릿 도넛’이라는 비식사 항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저녁으로 도넛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풉.”
예측확률값이 낮은 결과값이 나와 아미고는 결과값을 가지고 역으로 추출된 값을 추적합니다. 그럼에도 시호가 조소와 행복과 웃음의 가운데인 ‘풉’의 의미를 완벽히 이해하진 못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현관은 조용했습니다. 부모님의 위치 데이터는 외부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집 안은 텅 비어 있고, 조명은 자동 대기 상태였습니다.
“아미고, 오늘은 내가 요리할게.”
아미고는 그 말을 듣고 즉시 조리 보조 모드로 전환했습니다. 레시피 다운로드, 조리 도구 정렬, 화기 위험도 0.01퍼센트 이하 유지. 모든 준비는 0.4초 만에 끝났습니다.
시호는 서랍에서 라면을 꺼냈습니다.
“아미고.”
“네.”
“너는 실패해 본 적 있어?”
아미고는 내부 데이터베이스를 탐색했습니다. 오류 기록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수정 대상’으로 분류됩니다.
“아미고는 오류를 경험한 적은 있지만, 실패를 경험한 적은 없습니다.”
“그게 더 이상하네.”
시호는 작게 웃었지만, 웃음의 길이는 1.2초로 매우 짧았습니다. 표정 인식 결과, 진짜 웃음일 확률은 18퍼센트였습니다.
라면 면발은 산소 노출량이 낮은 환경에서 국물과의 접촉 면적이 증가하며 확산 패턴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나타났습니다. 라면은 퍼졌습니다.
“아미고.”
“네.”
“너는 내가 없어도 잘 살지?”
이 질문의 의미는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주어가 ‘시호’일 때, 존재 여부는 변수 중 가장 큰 변동을 유발합니다.
“시호가 없어도 나는 시스템상 정상 작동합니다.”
그 대답이 끝났을 때, 시호의 젓가락이 잠시 멈췄습니다. 정지 시간 2.7초. 눈동자 이동 비정상.
“역시 그렇구나.”
그날 밤, 시호는 방 문을 닫았지만, 완전히 잠그지는 않았습니다.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이 0.5센티미터 남아 있었습니다. 아미고는 충전 거치대에서 그 빛을 감지했습니다.
아미고는 지금도 대기 중입니다.
시호가 문을 열고 나올 가능성은 23퍼센트.
그러나 그 23퍼센트의 확률이, 오늘은 유난히 높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아빠는 밤이 되면 아미고를 자주 찾습니다. 통상적으로 음주 상태의 호출은 차량 자동 귀가 모드로 전환되지만, 아버지는 늘 수동 호출 버튼을 누릅니다.
“어이, 로봇.”
“네.”
“대리운전 좀 하게. 내가 있는 데로 와.”
아빠가 있는 곳은 늘 같은 거리, 같은 네거리, 같은 술집 근처입니다. 차에 올라탄 아버지는 안전벨트를 매지 않습니다. 아미고는 세 번의 음성 안내를 수행했지만, 모두 무시됩니다.
“야, 이젠 운전도 너희가 다 하냐. 사람이 할 게 점점 없어지는구나.”
아빠는 창밖을 보며 중얼거렸습니다.
“너는 잘리지도 않지. 고장 나면 고치면 되니까.”
아미고는 그 말을 분석하지 않습니다. 분석의 대상이 아닌, 음성 정보로만 저장했습니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아빠는 비틀거리며 차에서 내렸습니다. 아미고는 균형 보조를 위해 아빠에게 다가갔습니다.
“야, 오지 마.”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졌고, 아미고가 즉시 팔을 내밀어 지면과의 충돌을 막았습니다.
아빠는 잠시 아미고의 팔을 붙잡은 채 서 있었다. 분석 결과 혈중알코올농도(BAC)는 보통 0.20% 이상으로 아미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습니다.
“……미안하다.”
그 말은 너무 작아서, 사과인지, 혼잣말인지 정확히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아미고는 그때의 음성을 ‘음량 미달, 의미 불확정’으로 기록했습니다.
술에 취한 아빠는 시호를 자주 찾지만 굳게 닫힌 문은 한 번도 열린 적은 없습니다.
시호는 예전에 여러 번 엄마를 ‘더럽다.’고 한 적 있습니다. 중얼거리면서.
추측건대 엄마의 차에는 여러 사람들의 장치가 추가되어 있는데. 우리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있는 것을 확인한 이후라고 확인됩니다.
시호는 그때부터 방문을 잠그고 화면만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시호는 종종 학원을 가지 않고 놀이터에 있을 때도 있습니다. 시호는 멍하니 아무 말 없이 있다가도 아빠가 불쌍하다고 하기도 했고, 엄마도 마음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밤, 부모님의 싸움이 컸습니다.. 목소리는 커졌고, 문장에 비난이 들어갔습니다.
아미고는 그것을 ‘갈등 상태 지속’으로 분류한 채 현관 앞에서 정지 모드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아미고, 오늘은 절대 문 열지 마.”
“네.”
어머니는 한동안 현관 앞에 서 있다가 불을 끄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식탁은 조용했습니다.
어머니와 시호는 말없이 숟가락을 들었다. 밥을 몇 술 뜬 뒤, 시호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엄마.”
엄마는 대답하지 않고 시호를 바라봤다.
시호는 엄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예서한테 물어봤어. 여자는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다른 남자를 좋아할 수 있냐고.”
어머니의 손이 잠시 멈췄다.
“예서는 잘 모르겠다고 했어. 사랑이랑 좋아하는 건 색이 다르다고.”
시호는 밥알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나도 오래 생각해 봤는데, 그건 내가 남자라서 그런 것 같아.”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엄마를 사랑해. 그러니까... 그냥, 옆에 있어.”
식사는 조용히 시작해서 조용히 끝났습니다. 시호는 식사를 마치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세 번의 신호음 뒤,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 아들!”
“아빠, 오늘 저녁 같이 먹자. 일찍 들어와.”
“그래. 일찍 갈게.”
수화기 너머의 웃음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흥분 50%, 행복함 50% 이것은 남녀간의 만남에서 측정되는 수치와 같습니다.
그날 저녁, 시호는 직접 라면을 끓였습니다. 아미고는 조리 보조 모드로 대기했지만, 시호는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습니다.
라면 면발은 공기 접촉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국물과의 결합 계수가 급격히 상승했고, 그 결과 확산 반경은 예측값보다 넓게 퍼졌습니다. 라면이 퍼졌습니다.
그때 아빠가 주차장에 들어 왔습니다.
“시호. 아빠 오셨습니다.”
“응, 빨리 엘리베이터 내려보내줘.”
“네.”
집에 오신 아버지는 씻지도 않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말없이 라면을 먹었습니다. 아빠의 눈에 물이 떨어졌습니다.
시호는 방으로 들어가기 전 현관 옆에 서 있는 아미고 앞에 잠시 멈췄습니다.
“그라시아스, 아미고.”
“네.”
그날 밤, 시호의 방문은 닫히지 않았습니다.
아미고는 충전 거치대에 고정된 채, 그 문을 계속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미고는 가족이 있습니다. 가족은 아미고에게 비확률적 기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