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과 연민의 가면으로 나를 소유하려 했던
9화 - 무제(無題)
타오는 집에 가지 않고 나와 함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해가 떠오르자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으로 가니 신부님과 사제들이 떠날 채비를 막 끝낸 모양이었다.
“슌 신부님!”
소리치자, 그들 모두 돌아보았다.
“저도 가겠어요.”
“...”
“믿음으로 살겠습니다.”
“옆에 사내는 누굽니까.”
“이 친구도 하나님을 뵙고 싶어 하는 아입니다! 할 줄 아는 게 많아서 데리고 가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진으로 충분합니다.”
“신부님! 이 친구는 갈 곳이 없어요!”
“더 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신부님!”
“내가 나중에 북경으로 갈게.”
“타오....”
“아무래도 그게 맞는 거 같아.”
“그치만, 여기 있으면....”
“그건 내가 알아서 해. 잘 가.”
타오는 할 말만 하고 단호히 뒤돌아 섰다. 잡을 수 없고 더 이상 할 말도 없었지만 미안한 마음에 쉽게 마차에 탈 수 없었다.
“어서 들어가자.”
문을 열며 진이 다독였다.
마차 안에 들어가니 니니도 있었다.
“오~ 너도 북경으로 가는 애니? 반갑다~ 나는 니니라고 해~”
니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처음 본 사람인 거 마냥 행동했다. 눈을 흘기는 것이 그렇게 행동하기를 요구하는 듯했다.
창밖을 보면 내가 저지른 일들과 버린 할머니가 생각나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만 했다. 할머니 생각으로 한없이 눈물만 흘렸다.
그렇게 울다 지쳐 잠들었다. 진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북경이었다.
북경은 컸다. 이제껏 본 적 없는 것들이 즐비해 있었고 마치 없는 게 없고 모든 게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관리들이 우리를 보러 올 거야. 이상한 놈들인 척만 안 하면 통과시켜 줄 거니까, 그냥 있으면 돼.”
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관리 몇 명과 병사들이 와 마차와 짐 그리고 사람들을 수색했다.
슌 신부는 앞에서 종이를 꺼내 들고 한 관리에게 제출했다. 관리는 멀리서 보아도 술이 취한 듯 보였다. 그리고 신부님에게 고개를 까딱거리며 따라오라 한 뒤, 한 동안 보이지 않다가, 두 사람 모두 웃으며 나타났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북경에는 양인들이 많았다. 그들은 컸고 노랗거나, 붉거나, 갈색 머리를 한 자들이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큰 코와 눈 색깔이었다.
그들의 외형은 우리와 달라 이질적이었다. 마치 다른 세계의 다른 생물과 같았다.
“어때? 신기하지?”
“어? 어.”
“아직 더 볼 게 많아! 기대해도 좋을 거야!”
마차는 교구회 앞에 섰다. 거기에는 신부복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서 잠시 두 분 다 기다리세요. 진과 함께 들어가서 금방 나올 겁니다. 신고를 해야 하니...”
“이제 다 운 거야?”
니니가 그때 서야 입 열었다.
“....”
“사고를 쳤나 보네.”
“.....”
“그러지 않고서야, 가족을 버리고 이렇게 떠나 올 수 없지.”
“뭘 안다고 지껄이는 거죠?”
“허... 뭘 안다..... 너 내가 쉽게 산 거 같아 보이니?”
“....”
“조금 친하게 지내줬다고 해서 쉽게 생각하지 마. 그건 내가 못 참으니까. 아니다. 니 마음대로 해. 그렇게 큰코다치고 그러다 보면 너도 울음이 없어질 거야.”
니니는 내가 무슨 말을 하든지, 무슨 행동을 하든지 별 신경 쓸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단지 지루한 일상에서 내가 약간의 군것질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자....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죠? 다들 배가 고플 텐데, 식사하러 가시죠.”
슌 신부는 상당히 밝은 표정으로 식당으로 안내했다. 그는 불란서에서 먹던 맛이 나는 식당으로 안내를 했는데, 그곳에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양인들이었다. 심지어 일하는 사람들까지 말이다.
“나 참. 살다가 이런데도 와 보네요~ 신부님~”
니니가 잔뜩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니니. 말소리를 줄이세요. 여기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니니의 아름다움을 더 높여줄 것입니다.”
“참, 나. 말씀 하나는 정말 잘하시네요.”
우리가 들어오고 또 다른 손님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남녀 두 쌍으로, 한 양인 여자는 우리를 쳐다보며 중국어로 말했다.
“어머, 여기 중국인들도 들어올 수 있나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