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오공사 #7
영화, 드라마, 책, 만화, 웹툰, 애니메이션까지 안보는 창작물의 종류가 없을 정도로 독서와, 미디어 시청은 27년 인생의 유일한 취미이다. 쉬는 날이면 그날그날 기분에 맞게 끌리는 걸 골라 잡는 편이다. 다만 문제라면 앤딩을 볼 때까지 멈추지 않는 폭주기관차가 된다는 점. 하루에 애니메이션을 15시간도 볼 수 있는 사람, 드라마를 완결까지 정주행을 해야 잠에 들 수 있는 사람. 그게 나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어릴 때부터 소설이나 만화의 장르도 가리지 않는 편이었는데, 순정만화부터 추리물, 무협지, sf, 판타지 모두 좋아했다. 중학교 시절 읍내에 있던 작은 만화방에 모든 용돈을 쏟아붓던 시절도 있었다. 내가 학원에 안 나타나면 엄마는 다른 곳이 아닌 만화방에 전화를 했고, 그 당시 만화방 사장님은 이틀에 한 번 꼴로 과자, 오징어포 등의 서비스를 주실 정도였다.
지금까지 읽고, 본 모든 스토리들 마다 가장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나는 항상 리벤지에 강한 사람을 좋아했다.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리벤지는 결국 더 노력한 사람이 이기게 되어있다.'라는 문장을 본 기억이 있다. 그 글을 본 후 내가 좋아하던 캐릭터들을 생각해보았는데 하나 같이 재능이 빵빵한 캐릭터들보다는 노력형 캐릭터들이었다.
그런 캐릭터들은 보통 서사가 조금씩은 비슷하다. 한 번에 일이 풀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쓰디쓴 실패를 맛본 후 다시금 도전하고 맞서는 캐릭터. 사실 그렇게 노력해도 조연으로 남기 쉬운 캐릭터. 예를 들면 나루토에 나오는 록리와 가이 선생님 같은 캐릭터들. 그렇게 아등바등 애쓰는 부분이 왜 이렇게 마음에 쓰이는지 생각해보니, 꼭 나 같아서 그랬던 것도 같다. 뭔가 한 번에 착착 순서에 맞게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지만 뭔가 나도 늘 한 번에 되는 일이 없었다.
유년기에 줄 곧 하던 악기는 같은 포지션에 재능이 좋던 친구가 있어 first 자리는 앉아 보지도 못했고, 고등학교 때에 괜히 서울에 올라오고 싶어서 예고 시험을 보고 떨어졌고, 대학교 입시에 예대 시험을 봐서 낙방하고 20살에 재수를 하는 내가 그렇게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리벤지에 강하다는 건 결국 노력으로, 끈기로 승부를 본다는 뜻이다.
악기를 할 때는 결국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2가지 악기를 다루는 연습을 했고, 대학교 현역 입시는 떨어졌지만 재수를 해서 붙었고, 무사 졸업을 했다. 사실 작가가 다닌 과의 특성상 경쟁률이 대한민국 입시에서 둘째가라면 치열한 과여서 재수를 한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것도 리벤지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대학을 졸업할 때에 목표한 건 전공으로 꾸준히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고, 지금 현재 진행 중인 상태이다.
나는 아직도 한 번에, 짧은 기간 안에 무언가를 이루기에는 맞지 않은 사람이다. 너무 진심을 다하는 사람들이 긴장을 한다고 하지 않던가. 첫 시도란 늘 긴장과 떨림의 최대치를 맛보게 하지 않는가. 하지만 그 이후 수백 수천번의 시뮬레이션과 연습을 하는 내가 두 번째, 세 번째 시도에서 날 성공하게 만든다. 지금껏 내 삶에서 이루었던 모든 순간은 다 그렇게 완성되었다. 포기하면 편하다 라는 말이 정답일 수는 있다, 미련만큼 미련한 일은 없다는 말도 때로는 정답일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생에서 원하는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몇 번이고 리벤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나는 여전히 리벤지에 강한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