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공사 Feb 13. 2022

가사를 곱씹다.

주간 오공사 #5

학창 시절에는 중독성이 있는 멜로디에 귀가 반응했고, 따라 추기 좋은 아이돌 안무에 눈이 자극을 느꼈다면 요즘은 가사를 곱씹을 수 있는 곡들이 좋아진다. 나는 한 곡 반복 듣기를 하는 유형의 리스너여서 한곡의 가사를 닳고 닳을 때까지 되뇌기도 한다. 오늘은 작가가 느낀 극히 주관적인 가사 리뷰를 진행하려 한다. 오늘 처음으로 리뷰할 곡들은 <백예린- 내가 날 모르는 것처럼>과 <Honne- back on top> 두 곡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느 무료한 날에 들어간 백예린의 사운드 클라우드에는 내가 날 모르는 것처럼이라는 곡이 올라와 있었다. 모든 글이 그렇듯 가사의 제목에도 사람을 이끄는 힘이 존재한다.  <내가 날 모르는 것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을 이질감이다. 클릭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그 곡은 그날 이후로 한동안 내가 사운드 클라우드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돌리기 아쉬운 내내 안타까워만 하는 내 발걸음을 그댄 눈치챘나요

들키기 싫었던 아무도 모르게 했었던 내 모습을 그댄 너무 쉽게 보아버렸네요 


첫 도입부의 가사이다. 나는 이 가사에서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감정의 형태를 보았다. 나의 마음을 감추고 싶지만 가릴수록 더욱 티가 나는 상황이 그려졌다. 근데 왜 이렇게 알아달라는 말로 들리는지. 나의 감정에 영역을 침범하지 말아 달라는 말로 느껴지지 않는다. 사랑이 되었건, 나의 힘듬이 되었건. 


 난 시간을 멈춰서 네게 말하고파 그게 아니면 난 기다리겠지만 순간의 아쉬움이 티 나는 건 싫겠지. 


후반부에 나오는 카더가든의 피처링 가사이다. 이 가사에서 시간을 멈춰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문장은 너도 모르는 사이에 너에게 말하고 싶어 진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 곡의 가사에서는 감정선이 모호하게 나온다. 예를 대면 아쉽다/ 티 나는 건 싫다 정도이다. 그 흔한 애정, 슬픔 등 명확한 감정 상태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이 가사는 가사 자체가 주는 새로운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소중한 사람과 감정을 공유하고 싶을 때에 나오는 망설임과, 바람이 주제가 되고 그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하고 본인의 상황을 대입할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 곡은 honne- back on top이다. 이 곡은 위 곡과 다르게 너를 겪으며 느낀 나의 감정과, 네가 바꿔놓은 내가 주체가 된다. 내가 좋은 사랑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는 '상대방으로 인해 변하는 나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가?'라고 한다. 이 곡은 사랑으로 느낄 수 있는 최고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It's your love 

That always get me back on top

It's your love

That always makes me feel enough


해석하자면, ' 날 항상 좋은 사람으로 되돌려 놓는 건 너의 사랑이야, 이대로 충분하다고 느끼게 하는 건 너의 사랑이야.' 정도가 된다. 특별한 소재나, 특이한 말은 한마디도 없지만 이 가사만큼 사랑을 하고 싶게 만드는 가사는 본 적이 없다. 지금 이대로 충분하다는 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이다. 매일매일 아쉽고, 아깝고, 불편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에 모자란 것 같은 게 마음인데 이대로 다 괜찮다니. 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랑은 얼마나 대단할까 상상하고 나조차 설레이게 만든다. 


위 두곡의 화자는 너무 반대되는 표현으로 감정을 이야기한다. 다만 가사를 곱씹을수록 감정의 색채가 올라온다는 점이 비슷했다. 애매한 가사인 것 같다가도 공감이 되고, 평범한 사랑노래인 것 같다가도 마음을 울린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어본다는 것은, 또 들어본다는 것은 이토록 다채롭다. 


이전 04화 딱 한 번의 성공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