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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공사 Aug 02. 2021

"자연스러운 일이야"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이어 보는일.

어느 순간 어른이 됨을, 혹은 내가 어린 시절과 많이 변했음을 느낄 때가 있다. 마치 못 먹던 음식들이 갑자기 당길 때처럼. 어쩌면 세상이 빠르게 변해서 내가 그 세상에 적응하느라, 처음 겪는 이 나이 때에 적응하느라 매 순간 바뀌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 20대를 보내고 있는 지금도 문득 깨닫게 되는 변화들이 많으며, 심지어 그 변화들 중 대부분은 분명 너무 터무니없이 자연스러워서 인지조차 못하고 사는 것이 분명하다. "나이를 먹긴 하나 봐"라는 말. 나이를 들 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많이 하는 말. 최근에 엄마에게 이 말을 했을 때에 엄마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진짜 말도 안 되게 쿨하고, 또 쿨했던 9글자. "자연스러운 일이야" 엄마는 딱 이렇게 말했다. 


핫초코를 좋아하던 아이가 자라 아메리카노 없이 못 살게 되는 걸까? 아니면 2000원 하는 떡볶이를 사 먹던 아이가 자라 20000원짜리 떡볶이를 사 먹게 되는 걸까? 이 과정에서 무엇이 자연스러웠을까? 이 질문들에 내가 내린 답은 자연스러움은 결과란 것이다. 


<자연스러움= 결과>

이 공식이 나온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겪은 하나하나의 사건들은 내 인생을 열심히 휘저었고, 흔들었으며, 무너트리려 안달을 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꾸준히 하던 트럼본을 그만둘 때에, 공부를 해보겠다고 과외를 받을 때, 갑자기 연예인에 빠져 시골에서 예고를 가고 싶다고 엄마를 조르던 때에, 19살 늦게 시작한 실용음악 음대 입시가 재수생을 만들어 냈을 때에, 음대를 졸업해도 날 바로 써주는 직장이 없다는 걸 깨달을 때. 그 모든 순간들이 하나같이 위태로웠으며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만, 트럼본을 그만두면서 공부를 시작했고, 공부를 하다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가수들에 빠졌으며, 그로 인해 내 노래가 하고 싶어 졌고, 재수 끝에 음대를 갔으며, 음대를 나온 학력과 거기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으로 지금 예술계통에서 일을 하고 있다. 과정은 순탄치 않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흐름을 탄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이 과정은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라는 말과 아주 들어맞는다. 하나하나 보면 삐그덕거림의 연속이었으나, 지금의 나를 만든 자연스러운 과거로 비춰지기도 한다. 이 글에서는 내가 지금 일을 하기까지에 관한 이야기를 예시로 들었으나 사랑, 우정, 가족관계 등등 모두 하나같이 자연스러움은 결과일 뿐이다. 


많은 부자연스러움을 기꺼이 맞이하자. 그것들은 가깝고 먼 미래에 자연스러움으로 정의될 것이다. 난 이 자연스러움이 위로가 되는 말로 들리기 시작한다. 우리의 삶은 결국 괜찮게 흘러가고 있다는, 지금 흔들려도 분명 괜찮아진다는 위로. '자연스러운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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