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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일기 Nov 14. 2022

" 나 올해 못 넘기고 죽을 것 같아 "

엄마의 통화 중

토요일 오전

엄마 집에서 작년 김장을 가져오려고 전화를 했다

한참 전화 벨소리를 울리고 나서야 엄마는 전화를 받으셨다

목소리가 평소와 달라, 엄마한테 엄마 무슨 일 있어하고 물어보았다

엄마는 갑자기 " 나 올해 못 넘기고 죽을 것 같아 " 하고 말을 하셨다

너무도 놀라서, 오후에 신랑과 천천히 차로 오려고 했는데 급한 마음에 버스를 타고 먼저 갔다

갑자기 영양식을 사가야 하는데 생각이 나지 않아 백화점에서 우선 고기를 사서 갔다

집에 갔더니, 엄마는 오늘따라 더욱더 마른 모습으로 어지럽다고 하셨다

고등어로 무조림을 하려고 무를 사 와야 하는데 어지러워서 나갈 수가 없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부엌에 가보니 그릇에 덩그러니 생선 한 마리가 언제 꺼내었는지 있었다

평소와 달리 깨끗하고 정리된 싱크대가 아닌 왠지 모를 어수선함이 느껴졌다

얼른 사 가지고 간 소불고기를 볶아서 식사를 차려 드렸다

엄마는 혼자 먹기 싫다고 하면서, 나 보고도 먹으라고 말하면서 간신히 식사를 하셨다.

머리가 아파서 수면제를 한 알 먹어도 잠이 안 와 두 알을 드셨는데도, 여전히 잠이 안 오고 어지럽다고 하셨다

그러니 보니, 말이 어둔한 것 같아 걱정도 되었다

토요일이라, 우선 식사를 하시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왔다

다음날 오전에 전화를 드렸다

어제보다는 몸이 낫다고 하시길래, 어제 사간 국거리 소고기로 국을 끓여 드시라고 했다 

오후에 가보니, 전화로는 맛있게 드셨다고 했는데, 막상 가서 보니 입맛이 없다고 하시면서 잘 안드셨다

저녁에 집에 와서도 속상했다

그리고, 그동안 엄마한테 제대로 못 해 드린 일이 생각이 났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하는 길에 전화를 해보니 여러 번 해도 받지를 않았다

급한 마음에 몇 번을 전화를 드리니,  못 들었다고 하면서 드디어 받으셨다

토요일 보다는 기운을 차린 듯 했다

엄마는 "내가 아픈거 어떻게 알고 너가 딱 맞추어서 왔니?, 고맙다" 하셨다

나는 엊그제 전화로 올해 못넘기고 죽을 것같다고 말씀 하신것을 잊은듯 하다

아마, 그 때 너무 힘이 들어서, 말씀 하신듯 하다. 일부러 그 얘기는 하지는 않았다

집에서 사놓은 양념불고기를 출근길에 갖다 드렸다

그나마, 편하게 요리해서 드실 수 있으니까, 어서 드시고 회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엄마는 우리와 함께  있을 때는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시면서, 정작 본인을 위해서는 고기 뿐 아니라 전혀 좋은 음식을 사지를 않는다. 너무도 속상하다

그동안 엄마가 오랜 세월 아빠 병간호를 하시고, 고생을 많이 하셨었다

그 뒤 혼자  큰 걱정 안 하게 살아주신 은혜에 감사하다

 바쁜 회사일로, 집안일로 운동을 한다면서 나의 욕심만 채우고 막상 엄마를 제대로 못 돌봐준 것 같아 죄송했다

퇴근 후 잠깐 들리면 같이 밥 먹자고 해도 늘 번번히 거절을 했다

집에 가야 한다고, 운동해야 한다고, 갖가지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 집에서 밥 한번 같이 먹은 적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주말에 한 번씩 들려서 말 벗이라도 해 드려야겠다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떤 큰 잘못 보다 사사로이 작은 일도 제대로 못해 준 게 가장 후회가 될 것 같다

비록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엄마 돌아가신 후 후회 안 하게 작은 일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잘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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