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레미로 이어진 플루트 우정

– 아리안과 나의 수요일

by 샐리


매주 수요일 오후, 익숙한 플루트 소리가 우리 집 거실에 울려 퍼진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아리안.
프랑스에서 온, 에딘버러 대학교에 다니는 유학생이자, 나의 특별한 플루트 친구다.

우리는 Bristo Community Concert Band(BCCB)에서 처음 만났다.
나의 서툰 영어를 눈치챈 아리안은 언제나 웃으며 다가왔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게 됐다.
말은 조금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통했다.


서로 다른 발음, 같은 음악

아리안과 나는 매주 우리 집에서 플루트를 연습한다.
때로는 영어 발음 차이로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다.
내가 말하는 “앤덴(and then)”은 아리안의 귀에는 “앤젠”으로 들리는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앤젠, 앤젠, 앤젠…” 하고 반복하는 그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정겹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도레미파솔라시도만큼은 언제나 완벽하게 통한다.
아리안이 말하길, 이 계명은 프랑스에서도 그대로 쓰는 음계라고 했다.
영국식 음계는 ‘C, D, E, F, G, A, B, C’라 낯설기만 한데,
우리는 ‘도, 레, 미’만 나오면 바로 마음이 맞는다.
서툰 언어 속에서도, 음악은 늘 정확하게 둘 사이를 이어준다.


그녀와 나누는 차 한 잔, 그리고 삶의 이야기

연습이 끝난 뒤엔 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어느 날은 그녀가 프랑스에서 어머니가 오신다며, 함께 스카이섬으로 여행을 간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아버지는?”라고 물었고,
아리안은 환하게 웃으며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대였던 어머니는 작은 시골로 파견된 간호사였고,
25살 연상의 농부였던 아버지를 환자로 만나 사랑에 빠졌다고 했다.
지금 아버지는 75세가 넘으셨고, 지병이 있어 장거리 여행은 어렵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아리안의 삶에 대한 진솔함이 고맙게 느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꺼내지 않을 이야기일지도 모른데, 그녀는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넌 프랑스인이 아니라 스코티쉬야”

에딘버러의 칼바람 속에서도 반팔 셔츠를 입고 다니는 아리안.
친구들은 종종 그에게 말한다.
“너야말로 진짜 프랑스인이 아니라, 스코티쉬야.”

하루는 시내에서 그를 마주쳤다.
검은 셔츠와 바지를 입고 급히 뛰어가던 그 모습.
숏커트에 바리깡으로 한쪽을 민 머리,
크고 맑은 눈동자에 유난히 눈에 띄는 얼굴.

나는 속으로 ‘머리를 좀만 기르면 좋겠는데…’ 싶었다.
그래도 그는 며칠 뒤 다시 같은 스타일로 나타났다.
그게 아리안이었다. 20대의 자유, 그리고 개성.


언어보다 깊은 우정

아리안의 말투, 웃음소리, 손끝의 연주 하나하나가
내 일상에 작지만 따뜻한 울림을 준다.

비록 완벽하게 모든 말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
플루트를 타며 함께 나누는 시간 속에서,
나는 음악이 말보다 더 많은 걸 전할 수 있다는 걸 배운다.

매주 수요일,
우리 집엔 플루트 소리와 함께,
조금은 서툴지만 진심 가득한 우정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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