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규 May 14. 2024

혼날 때마다 성장하다

   


 아빠오늘 회사에서 실수해서 상사에게 엄청나게 야단맞고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어요.”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큰딸이 집에 와서 나에게 하소연을 했다. 내가 20대 때는 어떤 일이든 스스로 할 수 있는 성인이라고 생각을 했다. 막상 큰딸이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한다니 마음이 아팠다. 마치 어린아이를 물가에 내놓은 기분이랄까. 상사에게 된통 혼이 나고 펑펑 울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짠하여 울컥했지만, 입에서는 다른 말이 나갔다.    

   

 “그래, 회사란 그런 곳이란다. 회사는 학교도 가정도 아닌 진짜 사회의 전쟁터란다. 직장 상사는 부모나 교수하고는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것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아빠도 직장 다니며 상사한테 지적받고 혼나게 야단맞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오래 지나고 나니 혼나면서 배운 것이 아빠의 실력과 마음을 단단하게 해 주었단다. 마음 잘 추스르고 힘내렴.”      


 다행히 딸은 잘 견뎌주었다. 그리고 직장 생활도 더 주도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출근도 정직원들보다 한 시간 정도 더 빨라졌다. 먼저 사무실에 도착해 정리 정돈을 했으며 간단한 청소도 했다. 보통 아르바이트생들은 6시가 되면 칼날같이 정시 퇴근을 했다. 그것은 회사 직원들도 아르바이트하는 본인들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었다. 딸은 퇴근 시간이 되면 직원들에게 “제가 뭐 더 도와드릴 것은 없습니까?라고 질문을 했다.       

 딸의 질문을 기특하게 여긴 직원들은 자료 복사나 프린트, 제본 등의 간단한 업무를 맡겨 주었다. 딸은 그런 작은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일했다. 복사할 때도 순서가 바뀐 곳은 없는지 점검하고, 복사가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되도록 신경을 썼다. 프린트나 제본을 할 때도 정성을 다해서 깔끔하게 했다. 손쉬운 엑셀 작업도 오탈자 실수가 없도록 하려고 애를 썼다. 물론 처음 해보는 업무일 경우에는 실수해서 질책을 받을 때도 있었겠지만 스스로 다짐하며 이겨냈다. 



 ”원래는 3개월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갔다그런데 회사의 요청으로 1년 인턴으로 연장이 되었다. “

 이후 업무의 수준도 높아졌다. 딸의 일 처리하는 모습을 본 직원들이 일반적으로 인턴에게 맡기지 않는 시즌별 오더, 세일즈 트렌드 분석, 재고관리, 경쟁사 조사 같은 중요한 업무까지 주었다. 딸은 처음에 그런 업무를 받았을 때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했다가 ‘아니야, 모르는 것은 선배님들께 물어보면서 하면 되잖아.’ 하며 생각을 바꾸었다. 어느 때는 집에 12시가 다 되어서야 들어오는 날도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니?” 물으면 “응, 아빠, 오늘은 일이 좀 어려운 것이라 확인할 것들이 많았어.”라고 했다.     



 쓸모없는 놈들이여힘내세요학교에서 성공은 인생에서의 성공과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세계 광고계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David Ogilvy)가 한 말이다. 사실, 딸은 대학을 졸업할 당시 취업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그래서 허드렛일이라도 하면서 경험을 쌓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런 하찮은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해냄으로써 불리한 스펙을 뛰어넘을 수 없었던 장벽을 넘은 것이다.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사람이 예의도 모르고 그런 거친 표현을 쓰면 어떻게 하는가?”     

 멋진 호렐리어의 꿈을 안고 들어간 하얏트호텔애서 프런트 근무를 할 때였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열정은 넘쳤으나 처음 느끼는 현장에서의 긴장감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조용하던 전화벨이 울렸다. 얼굴에 미소를 띠며 수화기를 들었다.     

 

 나는 ”What‘s the matter with you?(뭐가 문제입니까?)라고 순간적으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영어를 했다. 오! 이런 세상에! 수화기 저편에서는 내가 잘 알아듣기 힘든 억양의 영어가 쏟아져 들렸다. 언뜻 들으니 부 총지배인이라고 하는 듯했다. 그는 나의 영어 첫마디를 듣고 감을 잡은 듯했다. 내가 아직 다양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억양으로 소통하는 현장 영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쉬운 영어를 써가며 내게 이야기를 했고 나는 나름대로 답변을 하고 통화를 마쳤다.    

  

 며칠 후 당직 지배인이 네게 와서 대체 부 총지배인에게 전화로 무슨 말을 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여기는 프런트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해야지 하며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호되게 야단을 맞았다. 영어 회화를 대부분 하고 해외여행이나 생활을 그다지 해보지 않은 나의 치명적인 약점이 순간 노출되었다. 이후 나는 영어의 다양한 억양을 들을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내가 실수나 잘못을 함으로써 ’ 호되게 혼나는 순간‘, 바로 그 순간이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직장 생활하면서 상사로부터 질책을 받거나 혼이 날 때 ’ 참나, 별 걸 다 가지고 그러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꼭 그렇기까지 화를 내야 해!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퇴근 후 술을 마시면서 직장 상사를 안주 삼아 씹어대며 넘기는 사람은 그런 비슷한 상황을 계속 반복하게 된다.     

 

 누군가로부터 혼이 나거나 질책을 받을 때 ‘자존심’이란 단어는 지우고 내가 어떻게 성장하여 탁월한 전문가가 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자.     

작가의 이전글 성공 로드맵을 그려놓은 사람은 어떤 유형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