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죽음

by 인상파

아저씨의 죽음


남편 옆 침대의 아저씨가 오전에는 아주 평온해 보였다. 그렇게 끓던 가래 소리도 잠잠했다. 곧장 일어나 병실을 걸어서 나갈 것만 같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가래가 잠시도 멈추지 않아 호스를 넣어 빼내지 않으면 숨이 멎을 것처럼 보였는데, 석션을 할 때마다 사지를 비틀며 고통을 드러내던 분이었다. 보는 사람조차 고통이 그대로 전해질 정도였다. 그런데 하루 사이에 저리도 고요해질 수 있다니, 폭풍 전야처럼 불길해 보였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고 “괜찮으시냐”고 인사를 건네자 아저씨는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는 정말로 괜찮았던 것일까. 잠든 남편을 들여다보다가 집에 들러 어질러진 집안을 정리할 생각으로 병실을 나왔다. 오후에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을 때, 아저씨 막내딸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었다. 아저씨 침대가 비어 있었다. 방금 전 돌아가셔서 침대째 옮겨갔다고 했다. 아저씨에게 했던 마지막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내가 건넨 “괜찮으시냐”는 말은 단지 습관처럼 던진 인사였는데, 아저씨는 그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이며 삶과 작별하고 있었던 걸까. 평온해 보이던 표정이 마지막 힘을 모아낸 위장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저쪽 문턱을 넘어선 사람의 미소였을까.


남편은 자기 옆 침대의 그 텅 빈 자리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 서성이는 무언가를 보았을까.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느꼈을까. 그 빈자리에서 자신을 호명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저씨 부인이 병실의 물건들을 정리하며 짐을 챙겼다. 그녀는 사람의 입 모양을 보고 상대의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나와 이야기를 나누며, 남편과 나이 차이가 12살이라 했지만 머리를 다 밀고 있는 홀쭉한 아저씨와 그녀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들을 부부라기보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쯤으로 여겼다. 그녀는 종종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 환자를 자극했고,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청력을 잃었다고 했다. 그녀는 짐을 싸면서 “잘 갔다, 더 있어봤자 고생만 했을 텐데…”라며 병실 사람들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했다. 장례는 시골에서 치른다 했다. 그 말이 그녀와의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


나는 병실을 나서며 기분이 착 가라앉았다. 죽음이란 결국 이런 것이구나. 가래가 끓지 않는 것, 그마저도 힘이 빠져 잠잠해지는 것, 들이마셨던 숨을 더 이상 내뱉지 못하는 것, 이승에 흩뿌린 존재의 흔적을 한숨으로 마지막 들이키는 것. 내뱉지 못하면 그것으로 끝이라는 것.


그런 생각이 꼬리를 물자 갑자기 숨이 가빠왔다. 죽지 않으려면 숨을 멈춰서는 안 된다. 내 숨을 점검하게 된다. 들이쉴 때 내뱉는 것 같고, 내쉴 때 들이쉬는 것처럼 느껴진다. 숨쉬는 방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곤경에 처한 사람처럼.


남편도 언젠가는 그렇게 갈 것이다. 없었던 사람이 되고, 지워지는 사람이 되고, 잊히는 사람이 되겠지. 시간의 차이일 뿐 나도 그렇게 갈 것이다. 사는 일은 가는 일이고, 가는 일은 끔찍한 공허를 남긴다. 그러나 그 공허 속에서도 나는 오늘 이 숨을 내쉬며 그의 손을 잡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함께 있는 마지막 자리일지도 모른다고 여기면서.

(당신이 떠나기 전 4월 중순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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