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빈자리
사할린 동포 할아버지가 3일 전에 병실로 들어왔는데 오늘 세상을 떴다. 간병인의 도움으로 점심을 잘 드시는 것까지 봤는데 낮잠을 주무시다가 가셨다. 사는 게 참 허망했다. 그렇게도 가실 수 있는가? 아침에도 이것저것 챙기는 정정한 모습을 보여 그렇게 가시리라 전혀 생각지 못했다. 아무런 신호도 없이 그렇게 무심하게 가기도 하는가? 죽음을 앞두고 절절이 아픈 사람만 봐 온 터라 할아버지의 죽음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가족도 없는 할아버지가 가시자 간병인으로 일한 지 5년이 넘었다는 60대 후반의 간병인 아줌마는 돌보기 편한 환자가 일찍 가버렸다며 아쉬워했다. 그녀는 다행히 돌볼 환자가 생겨 다른 병실로 옮겨갔다.
자꾸 병실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남일 같지 않다. 남편도 언젠가는 그렇게 가겠지. 남편의 침대가 비워지고 그 빈자리에 다시 새로운 사람이 찾아들겠지. 침대 위에 누운 사람은 장례식장의 냉동고로 옮겨지고 조문 행렬이 이어질 것이다. 지금 저렇게 누워있는 사람이 관에 넣어진 채 화장터에 들어가면 다시는, 다시는 볼 수 없게 되겠지. 그렇게 한 생이 졸(卒)한 거겠지.
그때가 되면 나는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은 하고 있는데 아직 나에게 닥칠 일은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2011년 4월 20일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