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의 입구
의사가 어제 찍은 CT와 두 달 전의 CT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가며 설명했다. 남편의 상태가 많이 나빠졌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암세포가 이미 뇌실을 점령했고, 뇌압이 높아져 뇌의 주름이 다 펴져 있다는 것이다. 한눈에 알아듣기 힘들어하는 내 표정을 보고, 의사는 다시 풀어 말했다. 이제는 뇌가 암세포에게 거의 완전히 잠식당해 멀쩡한 부위가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라고.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 짐작이 차갑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밤에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것이 걱정이었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낮에도 밤에도 남편은 그저 잠에 잠겨 있다. 그러나 그게 정말 잠인지조차 알 수 없다. 눈을 뜨는 일조차 힘겨워 보이고, 숨을 내쉬는 일도 가쁘기만 하다. 깊은 잠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잠의 입구’를 서성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몸이 지쳐 끝내 누울 자리를 찾아 헤매듯, 그는 쉼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문 앞에 머무는 듯했다.
잠은 원래 하루의 끝에 맞이하는 휴식이다. 그러나 남편에게서 지금의 잠은 더 이상 휴식이 아니다. 삶을 지탱하는 마지막 기운이 서서히 꺼져가는 과정, 고단한 몸이 스스로를 놓아버리려는 예행연습처럼 보인다. 잠은 한쪽에서는 쉼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죽음의 그림자와 맞닿아 있다. 나는 그 입구 앞에서 무력하게 서성이는 그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다.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이 잠은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몸의 지혜일까, 아니면 더 깊은 어둠으로 향하는 전조일까. 때때로 입술이 떨리고, 가쁜 숨결이 이어질 때면, 그가 이미 잠의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진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 잠 속에서만이라도 고통이 잠시 잦아들었기를 바란다. 깨어 있을 때조차 고통으로 가득 차 있었던 그에게, 잠은 마지막 남은 자비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나는 ‘잠의 입구’라는 표현을 오래 마음속에 되뇌었다. 언젠가 그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그러나 지금 남편은 아직 입구에 서 있다. 그 경계에서 숨을 몰아쉬며, 아직은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 사이를 오가고 있다. 나는 그의 손을 붙잡고 그 입구에서 한 발짝이라도 더 머물러 주기를, 조금만 더 이쪽에 있어 주기를 바란다.
(당신이 떠나기 전 4월 하순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