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와병 중에 남편의 책이 나왔다.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다. 박병상 선생님이 조촐하게나마 병실에서 출간 기념식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사람이 아파 누워있는 마당에 웬 기념식인가 싶었는데 선생님 입장에서는 아끼는 후배의 마지막 길을 조금이나마 덜 외롭게 밝히고 싶었던 것 같다. 여러 분이 참석해 주셨다. 박병상 선생님 , 장성익 선생님, 예진수 선생님, 오성규 선생님이 멀리서 와 주셨다. 박병상 선생님 빼고는 처음 뵙는 분들이라서 많이 어려웠다. 최성각 선생님, 이수종 선생님은 사정이 있어 오시지 못하고 성의를 표해주셨다.
사람들이 남편의 병상 주위로 뺑 둘러섰다. 그동안 남편은 눈 한 번 뜨지 않고 잠만 잤다. 그 모습이 꼭 임종을 앞둔 사람을 지켜보는 모습 같았다. 남편에 대한 기억들이나 책에 관한 평을 하고 다 같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다. 잠자는 사람 머리맡에 출간된 책을 두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주변에 섰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참으로 낯설고 기이했다. 저자가 싸인을 해줄 수 없는 처지이니 기념식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책에 한 마디씩 적어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나중에 남편이 가져갈 수 있도록.
최성일 선생! 아니, 내 후배! 결코 잊지 않을게. 박병상
새로운 책 출간을 축하드리며, 그간 정말 많이 수고하셨습니다. 장성익
아름답고 해맑은 영혼 성일이! 책을 사랑하는 동지로서 늘 함께 할거야. 예진수
최성일 선생님께. 늘 새롭고 깊게 들여다보시려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 오성규( 2011년 5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