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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기운

이상한 기운

by 인상파


이상한 기운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2박 3일을 남편 옆에서 간병했다. 낮에 잠깐 병실을 들를 때와는 사뭇 다른 기운이, 밤을 꼬박 새우며 곁을 지킬 때는 묘하게 감돌았다. 피곤이 뼛속까지 스며들었는데도 이상하게 기분이 달뜬다. 먹지도 자지도 못한 몸인데, 어디에서 기운이 솟는 것일까. 도무지 알 수 없다.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내 몸이 생명의 마지막 불꽃 앞에서 이상 반응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남편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고, 미세한 몸짓에도 잔뜩 긴장을 하게 된다. 그 긴장이 나를 깨우고 버티게 했다. 때로는 내가 이렇게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그의 생명을 살려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과한 믿음이 밀려들었다. 저승사자가 문 앞에 와 있더라도, 내가 두 팔을 벌려 막아낼 수 있으리라는 헛된 기세가 솟구쳤다. 부디 나의 보살핌이 꺼져가는 남편의 목숨을 단 하루라도, 한순간이라도 붙잡아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틀 밤을 꼬박 새운 끝에, 낮에는 간간이 새우잠을 청했다. 고작 20분 남짓 눈을 붙이고 일어나도 기이하게 정신이 맑아졌다. 잠깐의 쉼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머리의 무거움이 덜해지면, 다시 남편 곁으로 향했다. 간병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길 같았다. 한 시간이 지나고, 하루가 흘러가고, 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병실의 낮과 밤이 그렇게 뒤섞이며 흘러갔다.


창밖에서는 비가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했다. 빗줄기는 병실 창문을 두드리며 흘러내렸고, 그 소리는 마치 내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했다. 한순간은 세상을 다 쓸어내릴 기세로 쏟아졌다가도, 이내 힘이 빠진 듯 조용히 가늘어졌다. 남편의 호흡처럼, 때로 거칠게, 때로 가느다랗게 이어졌다. 그 빗줄기를 바라보며, 그 안에서 남편의 몸과 내 마음의 리듬을 겹쳐 읽고 있었다.

(당신이 떠나기 4주 정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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