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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Sep 24. 2024

간병일기 96

문병 온 친구

문병 온 친구


아들 녀석이 감기기운이 있어서 소아과에 들렀다. 집에 데려다 주고 남편 병원에를 가려고 했는데 이 녀석이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떼를 썼다. 몸이 안 좋으니 엄마 곁에 붙어 있고 싶은 모양이다. 감기 때문에 남편에게 안 데려가고 싶었지만 소아과에서 기다리느라 너무 지체하였고, 마침 딸아이는 집에 있겠다고 해서 아들 녀석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어머님, 아버님이 먼저 병원에 와 계셨다. 며느리와 손자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반기셨지만 아픈 아들을 눕혀 놓고 빨리 와 보지 않은 것이 못마땅하셨는지 얼굴빛이 달라지셨다. 사람이 아파서 누워있을수록 이런 싸한 분위기는 만들지 말아야하는데, 가족들의 이런 불편한 분위기를 아픈 사람이 원하지 않을 텐데 처신하기가 참 힘들구나. 


간이 침대에 쪼르르 앉아 잠자는 사람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상수 형이 친구 되는 민영 형과 병실로 들어섰다. 어머님이 상수 형을 보시고 눈물을 흘리신다. 아들 친구의 손을 잡고 그 먼 평택에서 아들을 보러온 것을 한없이 고마워하셨다. 연락도 없기에 안 오는 줄 알았는데 짬을 내서 왔나보다. 


상수 형이 어머님에게 점심 식사를 하시자고 했지만 어머님은 생각이 없다고 완강하게 거절을 하셨다. 우리끼리 먹고 오라고 하셔서 아들 녀석이 좋아하는 돈가스를 먹으러 병원 근처 식당으로 갔다. 세 사람은 그리 식욕이 없어 돈가스를 좋아하는 아들 녀석 먹는 것을 구경하다시피 했다. 


다시 병원에 들러 남편 얼굴을 들여다보고 1층 로비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오겠다는 상수 형을 기다리고 있는데 상수 형이 갑자기 심장 쪽을 손으로 누르고는 응급실로 들어간다. 담배를 피우다가 호흡 곤란에 경련이 왔다고 한다. 검사 결과 별 이상은 없다는데 친구 문병 와서 응급실 신세를 졌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정밀 검사를 더 해보라고 했다는데 나쁜 일은 아니었음 좋겠다.(2011년 6월 6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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