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치가시
준치가시, 백석 시, 김세현 그림, 창비
준치가시, 백석 시, 김세현 그림, 창비
준치가시
준: 준치는 본래 가시없는 고기
치: 치렁치렁 가시를 달게 된 건
가: 가슴 따뜻한 친구들 덕분
시: 시린 가슴에 묵묵히 가시를 품었지
가시 속에 담기 따뜻한 마음
백석 시인의 <준치가시>는 ‘가시’라는 날카로운 상징 속에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담아낸 동화시입니다. 김세현 작가는 전통 민화의 화풍을 살려 시 속 세계를 넉넉하고 정감 있게 표현했습니다. 여백으로 처리된 바다는 넓은 품의 어머니 같고, 물고기들은 서로를 따돌리거나 차별하지 않으며 함께 어울리는 존재들로 그려집니다. 이 시는 <개구리네 한솥밥>처럼 더불어 사는 삶의 미덕을 담고 있습니다.
가시가 없는 준치를 위해 다른 물고기들이 자신들의 가시를 떼어 나눠주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거나 경계하는 대신 기꺼이 자신의 걸 나누려는 마음은 내 것과 네 걸 구분하지 않은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가시가 충분하다며 물러나는 준치를 끝까지 따라가 꼬리에 가시를 꽂는 물고기들은 악동을 떠올리게 하고 그조차 정겹고 사랑스럽습니다. 포용의 정신을 엉뚱하면서도 따뜻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준치 고기를 먹을 기회가 생기면, 시인의 말처럼 가시가 많다고 불평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그 가시들은 타인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품은 물고기들의 우정과 나눔의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책은 우리에게 지금의 삶 속에서도 타인을 따뜻하게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을 지니고 있는지 묻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