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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상파 Feb 24. 2024

책제목으로 시쓰기 22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사계절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누: 누구인지 몰라도

가: 가만 두지 않을 거야

내: 내 머리에 똥 싼,

머: 머저리 같은 놈

리: 리듬 악기에 맞춰

에: 에두른 담장에서 쉬고 있던 참인데

똥: 똥파리가 머리 위에서 미끄럼을 타네

쌌: 쌌던 놈은 어딘가로 튀고 없는데,

어: 어쩔 거냐고? 그야 끝까지 가야지


독일 작가 그림책인데 번역자가 표기돼 있지 않아 궁금증을 낳습니다. 똥에 관한 얘기라면 ‘강아지똥’과 이 그림책을 단연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겠지요. 아이들 어릴 적 수도 없이 읽어줬던 책입니다. 두더지가 제 머리 위에 똥을 싼 범인을 찾는 과정을 추리물처럼 그리고 있어서 아이들과 탐정놀이하듯 재미있게 읽었지요. 동물들의 똥 모양이나 크기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얻기도 했고요.


땅속에 살던 두더지는 땅 위로 머리를 내밀자마자 똥벼락을 맞는 어이없는 일을 당하게 됩니다. 몹시 화가 난 두더지는 범인을 찾아나서 동물들을 만날 때마다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라며 범인임을 추궁합니다. 그러면 되돌아오는 것은 ‘나? 아니야. 내가 왜?’하며 직접 두더지 앞에서 똥을 싸 보이는 성의까지 내보이지요. 이런 식의 과정이 비둘기, 말, 토끼, 염소, 소, 돼지 등으로 이어지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었지요. 터번 모양의 똥을 뒤집어쓴 두더지가 체념할 때쯤 나타난 구원투수는 바로 똥파리. 두더지는 범인을 찾아내 단죄를 하고 유유히 땅 속으로 사라집니다. 똥벼락을 맞았으면 똥벼락으로 갚아줘야지요. 배설의 쾌감만큼이나 두더지의 복수는 통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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