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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의 여왕 23

색깔의 여왕

by 인상파

색깔의 여왕, 유타 바우어 글· 그림, 조연주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색깔의 여왕


색: 색바람에 나부끼는 옷자락 흔들며

깔: 깔깔 웃어제끼는 명랑한 노랑

의: 의기소침한 파랑 구석에 머물고

여: 여인의 서릿발 같은 날 선 빨강

왕: 왕년 신하들이 색의 향연을 펼치네


회색 마음에 색을 입히는 여왕


<색깔의 여왕>은 얼핏 보면 아이의 낙서처럼 보이는 그림과 색칠 방식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바람에 나풀거리는 실타래 같은 긴 머리카락, 상의를 걸치지 않은 여왕의 펼친 두 팔은 세상의 모든 걸 안아 줄 것 같은 넉넉함이 보입니다. 어떤 구속도 굴레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니 독자는 자연스레 감정이입을 하게 됩니다. 여왕은 엄격한 통치자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평범한 존재로, 넉넉하고 행복한 마음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런 여왕에게도 나름 고통과 슬픔이 있었겠지요. 그 시기를 지나왔으니 누리게 되는 자유와 행복이 그토록 크고 깊은 것이 아닐까요.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색깔의 여왕’은 변덕스럽고 감정 기복이 심한 어린아이의 심리를 닮았습니다. 삼원색(빨강, 파랑, 노랑)을 부르며 그 특성을 이용해 신하들을 통제하지만, 이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색깔은 혼탁해지고 세상은 회색빛으로 물들지요. 여왕의 분노와 절망, 눈물은 다시금 신하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알록달록한 눈물방울처럼 세상도 다시 색을 되찾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색상에 온도와 무게를 부여해 아이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 작가의 탁월함이 아닐까요.


이 작품은 <고함쟁이 엄마>로 잘 알려진 유타 바우어의 그림책으로, 아이의 낙서처럼 보이는 자유분방한 그림 속에 진한 감정과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어린아이 낙서같은 그림은 그대로 춤추는 여왕의 모습으로 연결되고 그것은 자유와 사랑과 환희 그 자체 같습니다. 마음이 회색빛처럼 가라앉는 날, 이 책을 펼쳐 여왕과 함께 춤을 춘다면 다시 제 삶의 색깔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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