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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21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by 인상파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사계절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누: 누구인지 몰라도

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내: 내 머리에 똥 싼,

머: 머저리 같은 그 놈

리: 리듬 악기에 맞춰

에: 에두른 담장에서 쉬고 있던 참인데

똥: 똥파리가 머리 위에서 미끄럼을 타고

쌌: 쌌던 놈은 어딘가로 튀었지

어: 어쩔 거냐고? 그야 끝까지 가야지!


똥을 똥으로 되갚는 통쾌함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는 독일 작가의 유쾌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그림책입니다. 제목부터 아이들의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만 저는 오히려 어릴 적 시골집에서 마주쳤던 똥 냄새와 비위 상했던 기억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마당이 좁아서 마루 근처까지 소, 돼지 우리가 가까워 늘 분뇨 냄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동네 개들이 아무 데나 싸질러 놓은 개똥은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 아이들 어릴 적 즐겨 읽어주던 그림책 중 하나였습니다.

이야기는 땅속에서 나온 두더지가 뜻밖의 똥벼락을 맞으며 시작됩니다. 화가 난 두더지는 머리에 떨어진 똥의 주인을 찾기 위해 비둘기, 말, 토끼, 염소, 소, 돼지 등을 찾아다니며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라고 추궁하지요. 놀랍게도 동물들은 두더지 앞에서 똥을 직접 싸 보이며 결백을 입증합니다. 그림책의 똥들은 동물의 습성과 식성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름으로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자연스럽게 배설물의 다양성과 생태적 정보를 알게 됩니다. 책을 탐정 놀이처럼 읽어 내려가며 저마다 똥의 모양을 상상하게 하는 것도 이 책만의 묘미입니다.

결국 두더지를 도운 것은 똥파리. 덕분에 범인이 개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두더지는 당한 만큼 되갚아줍니다. 똥으로 맞았으니 똥으로 응수해야지요. 유쾌한 복수로 이야기는 마무리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웃음’과 ‘지식’을, 어른에게는 묘한 해방감을 전합니다. 똥에 얽힌 불쾌한 기억조차 그림책에서는 추리와 유머, 생물학적 호기심으로 다시 쓰여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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