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
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 신순재 글, 오승민 그림, 천개의바람
시인 아저씨 국수 드세요
시: 시원한 동치미를 곁들여
인: 인정스런 어머니가 국수를 말아주니
아: 아,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저: 저녁술을 놓고 사촌들과 모여
씨: 씨름 한 판 하고 나서
국: 국수 한 그릇 더 말아달래 먹고
수: 수더분한 아저씨의 옛이야기 들으며
드: 드문드문 눈발 치는 밤
세: 세상은 고요 속에 잠들어가는데
요: 요령소리 마냥 내 눈은 말똥말똥
백석 시인의 시 <국수>를 이야기로 풀어 그의 다른 시에 등장한 인물을 소환시켜 국수를 대접하는 내용입니다. 어린 화자가 한 밤중에 일어나 보니 엄마가 부엌에서 커다란 가마솥에 국수를 삶고 있지 뭐예요. 그때 지나가던 장사꾼 아저씨들이 마당으로 들어서고 뒤이어 <여우난골족>의 그 많은 친척들이 들어서고, <가즈랑집>의 할머니,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나타샤가 들어서고 그리고, 국수가 다 익어갈 무렵에는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의 시인이 들어섭니다. 엄마의 손은 커서 그 많은 사람들이 국수를 한 그릇씩 먹고도 남았겠지요. 다들 배불리 먹고는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인이 쩔쩔 끓는 아랫목에서 국수를 맛있게 먹는 것을 지켜봅니다. 그림책의 발상이 재밌고 국수를 먹는 백석을 만날 수 있어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