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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에요, 정말 25

정말이에요, 정말!

by 인상파


정말이에요, 정말!, 케스 그레이 글, 닉 샤라트 그림, 이명연 옮김


정말이에요 정말


정: 정말이라는 말은 살짝 거짓말이라는 거예요

말: 말만 해 놓고 행동은 안 했다는 거고요

이: 이쁘다고 하지만 살짝 얄밉다는 거고요

에: 에라, 모르겠다 하지만 이해한다는 거고요

요: 요놈, 요놈하지만 귀엽다는 거고요

정: 정나미 없이 굴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거고요

말: 말쑥해 보여도 속은 털털하다는 거예요

쪽지는 씹어도, 하루는 삼켜버린다

그림책은 엄마의 부재 속에서 펼쳐지는 아이의 천방지축 하루를 유쾌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우리 집에 있는 게 2004년 초판본인 걸 보니 그때면 딸아이가 다섯 살이던 해입니다. 지금 읽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딸아이에 이어 아들까지 반복해서 읽어준 만큼 책은 너덜너덜해졌고 찢어진 페이지는 투명 테이프로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아이가 주체가 되어 하루를 ‘자기 방식’으로 살아보는 해방감의 경험을 보여줍니다. 아이에게는 그 자체가 하나의 놀이요 모험이었겠지요.

이야기는 엄마의 외출로 시작됩니다. 엄마는 아이가 지켜야 할 일들을 적은 쪽지를 남기지만, 이 쪽지는 보모가 아닌 아이에게 전달되고, 아이는 그것을 ‘씹어’버립니다. 보통내기가 아닌 거지요. 아이는 쪽지의 내용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듯합니다. 이후 아이는 엄마의 지시사항과는 전혀 다른 하루를 보냅니다. 몸에 좋지 않다고 못 먹게 했던 간식을 마음껏 먹고, 씻지도 않고, 텔레비전을 실컷 보며 자유를 만끽하지요. 이 와중에도 보모는 엄마가 했을 법한 잔소리들을 늘어놓지만, 아이는 곧잘 말장난과 궤변으로 빠져나가며 통쾌한 한 판을 벌입니다.

늦은 시간 엄마가 돌아오는 소리에 아이는 잽싸게 침대로 뛰어들어갑니다. 엄마가 준 쪽지대로 했냐는 물음에 보모가 어떤 대답을 했을지 짐작이 가죠? 같은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작가의 다른 작품 <엄마도 그러잖아요!>라는 그림책에서는 어린이의 시선에서 어른의 잘못된 습관을 유쾌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어른의 세계를 재치 있게 비튼다는 점에서 이 그림책도 같은 맥락을 공유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왜 이 책을 그토록 좋아했는지, 그리고 어른인 나조차 아이 편에서 이 이야기를 읽었는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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