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쟁이 며느리
방귀쟁이 며느리, 신세정 글․ 그림, 사계절
방귀쟁이 며느리
방: 방정하기로 소문난 아가씨
귀: 귀한 손의 집안으로 시집가서
쟁: 쟁그랑 그릇 깨지는 소릴 자주 내네
이: 이거 야단났네! 야단났어
며: 며느리의 비밀은 쟁그랑 방귀
느: 느리고 독한 방귀 감추려고
리: 리코더 불며 능청시리 딴청
풍비박산 며느리의 귀환
방귀를 시원하게 뀌어야만 속이 편한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방귀쯤은 뀌고 사니 이상할 게 없지만, 이 아가씨의 방귀는 남달랐지요. 위력이 대단해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그래서 방귀를 뀔 때마다 종을 울려 미리 신호를 주었답니다. 하지만 시집가서는 그럴 수가 없었지요. 남편에게조차 그 사실을 감추고 방귀를 참고 살았지요. 방귀를 참고 살다보니 얼굴이 메주덩어리처럼 누렇게 떠 병색이 완연했지요. 며느리의 안색이 안 좋은 걸 알고 시아버지는 추궁했겠지요. 며느리의 속내를 듣고 시아버지는 방귀를 허락했는데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여 집안은 풍비박산나고 말았습니다.
집안을 날려버린 며느리를 시집에서 가만둘 리 없었지요. 결국 며느리는 친정으로 쫓겨나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동행한 시아버지는 가는 길에 며느리의 방귀가 우연히 비단장수와 놋그릇 장수의 소원을 들어주며 재물을 얻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그제야 시아버지는 생각을 바꾸고 며느리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지요.
이 그림책은 방귀라는 품위 없는 소재와 조신한 아가씨의 이미지, 전통적인 시집살이를 결합시켜 유쾌하게 풀어낸 민담 형식의 이야기입니다. 그림 곳곳에 숨어 있는 웃음 요소들이 눈을 사로잡지만, 이야기 뒤에 숨어 있는 질문도 만만치 않습니다. 며느리는 과연 가족일까요? 아닐까요? 집안을 망쳤을 때는 내치더니, 재물을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되자 다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가족이라는 공동체조차 속물적인 계산을 앞세운다는 불편한 진실이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