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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매미 02

빨간 매미

by 인상파

빨간 매미, 후쿠다 이와오, 책읽는곰


빨간 매미


빨: 빨갛게 물든 얼굴

간: 간은 콩알만해졌어요.

매: 매 맞을까 조마조마

미: 미안해요, 슬쩍했어요.


지우개 하나로 뒤바뀐 마음의 풍경


잘못을 저지른 아이의 불안감과 죄책감을 다루고 있는 이 그림책은 아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귀 만세>, <난 형이니까>, <고로야 힘내>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치라는 아이가 문방구에서 지우개를 하나 슬쩍한 뒤 아이의 세계는 180도로 바뀌어버립니다. 잘못에 대한 벌은 어른이 내리는 외적인 형벌이 아니라 평온했던 일상의 균열, 마음속에서부터 시작되는 불편과 불안일 것입니다. 이치는 괜스레 여동생에게 짜증을 내고, 매미에게 못되게 굴며, 밤에는 나쁜 꿈에 시달립니다. 작가는 아이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죄책감의 파동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의 감정을 건드립니다.


특히 표지에 등장하는 빨간 매미의 퍼덕이는 날갯짓은 마치 이치의 불안한 마음을 시각화한 듯합니다. 이 작품에서 관심 있게 바라본 것은 교과서적이기는 하지만 잘못을 저지른 아이를 대하는 엄마와 문방구 아줌마의 반응이었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할 때, 어른은 그것을 숨기거나 무시하지 않고 정직하게 마주하게 돕습니다. ‘지우개 하나쯤이야’ 하고 넘기거나, 아이의 잘못을 무섭게 몰아세우는 대신, 아이 스스로 부끄러움을 깨닫고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그 태도는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견물생심, 보고 나면 욕심이 생기는 것은 아이도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뒤에 찾아오는 마음의 무너짐이겠지요. 보는 이가 없어도 자기 자신은 알고 있기에, 결국 자신을 향한 실망이 가장 큰 벌이 됩니다. 이 작품은 그런 아이의 심리 흐름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며, 양심이라는 조용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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