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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by 인상파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코린 로브라 비탈리 글, 마리옹 뒤발 그림, 박선주 옮김, 책공작소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

앙: 앙큼한 누군가 훔쳐갔어요.

통: 통통하게 잘 익은 수박 한 통

의: 의심 가는 데는 없고

완: 완연한 빈자리만 선명해요

벽: 벽에 기대어 숨죽인 날들

한: 한밤중 고양이와 수박의 기묘한 놀음

수: 수확은 기다림 끝의 고요

박: 박수갈채를 보내는 앙통

밭: 밭 지킴이는 오늘로 그만

수박을 잃고, 고양이를 만나다

<앙통의 완벽한 수박밭>은 잃어버린 물건에 대한 집착을 경계하는 그림책입니다. 이미 사라진 것, 잃어버린 것에 마음을 빼앗기면 자칫 자신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지요.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면 하나의 흠집이 전부를 망쳤다고 여기며 자신을 괴롭히게 되고, 이 집착이 강박으로 이어지면 마음의 병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주인공 앙통은 수박밭에서 하나뿐인 수박을 도둑맞은 뒤, 그 빈자리에 시선을 빼앗긴 채 속을 태웁니다. 결국 도둑을 막겠다며 한밤중 수박밭을 지키게 되지요. 그런데 그날 밤, 고양이 떼가 몰려와 수박밭을 엉망으로 만들었는데도 앙통은 이상하게도 허탈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수박이 빈자리 없이 가지런히 놓인 모습만이 완벽한 게 아님을, 앙통은 비로소 깨닫는 거지요.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수박을 좋아했고, 고양이 덕분에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난 기억도 여러 번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림책 속 수박과 고양이의 모습에서는 작가의 애정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앙통의 집착을 풀어준 존재도, 작가를 위로해 준 존재도 고양이라는 점에서 더욱 다정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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