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배추
작은 배추, 구도 나오코 글, 호테하마 다카시 그림, 이기웅 옮김, 길벗어린이
작은 배추
작: 작은 씨앗 숨죽여 틔운 꿈
은: 은은한 향기의 꽃을 피우니
배: 배추흰나비 날아와 속삭이니
추: 추운 계절 끝 맞은 봄
작은 배추, 꽃이 되다
그림책은 작은 배추의 성장 과정을 발랄하고 생동감 있게 그리고 있습니다. 작지만 당찬 생명 하나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내는지를 보여줍니다. 또래 배추들보다 작다고 주눅 들지 않고, ‘하나, 둘, 셋, 넷! 어서어서 크자!’하며 체조하며 외치는 모습은 얼마나 사랑스럽고 씩씩한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은 배추는 끝내 시장으로 떠나는 트럭에 오르지 못하고 홀로 밭에 남겨집니다. 모두가 떠난 자리에 홀로 남겨진 작은 배추는 어떻게 될까요.
남들과 같은 길에서 벗어난다는 건 때때로 낙오처럼 여겨지지만, 그 차이가 오히려 자신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다른 배추들이 채소가게에 진열될 때, 밭에 남은 작은 배추는 묵묵히 겨울을 견디며 언 땅 아래에서 온갖 시련을 견디지요. 그렇게 차가운 계절을 품은 작은 배추는 어느새 봄이 되어 노란 배추꽃을 피웁니다. 혼자라는 시간 속에서, 자신 안에 숨겨져 있던 재능이 꽃으로 피어난 것입니다.
모두가 가는 길이 정답일 수 없지요. 오히려 홀로 걷는 길에서 진짜 나를 만나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거겠지요. 작은 배추가 다른 배추처럼 팔려가지 않았기에, 자기 안의 꽃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 작고 여린 존재라 하여도, 누구에게나 피어날 꽃이 있습니다. 남과 다른 길을 간다고 해서 그 길이 틀린 것은 아니지요. 조금 늦더라도, 조금 다르더라도, 봄은 결국 우리 곁으로 오지요. 그림책은 남과 달라도 괜찮다고, 홀로 남겨졌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주어진 조건이 남과 달라도 삶에 성실히 임하다 보면 언젠가 자기만의 꽃을 피우는 날이 올 거라고 말이에요. 그러니 희망을 잃지 말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