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사쿠라, 다바타 세이이치 글· 그림, 박종진 옮김, 사계절
사쿠라
사: 사각모 쓰고 전장에 끌려간 젊은이들
쿠: 쿠션마냥 총알받이로 사라졌을 때
라: 라디오에서 들려온 일본 패망 소식
꽃은 죽음을 부르지 않아야 한다
<사쿠라>는 한·중·일 공동기획 평화그림책입니다. 일본의 침략전쟁을 비판하며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입니다. ‘전쟁의 광기에 휩쓸려 가 버린 꽃이 아니었던 꽃’이라는 띠지 문구처럼, 이 책은 일본이 사쿠라를 전쟁의 상징으로 삼아 청년들을 전장으로 내몰았던 슬픈 역사를 고발합니다. 같은 시리즈의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권윤덕 작가의 <꽃할머니>와 함께 읽으면 더욱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주인공은 사쿠라가 피는 봄에 태어나 사쿠라꽃이 흩날리는 마당이 있는 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처음엔 국어책 속 노래처럼 사쿠라는 ‘피었다 피었다 사쿠라가 피었다’는 평화로운 꽃이었지요. 하지만 전쟁이 격화되자 생명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던 사쿠라는 ‘사쿠라꽃처럼 아름답게 져라, 져라!/ 나라를 위해 죽어라, 죽어라!’라는 선동적 군가 속에 끌려가 젊은이들의 죽음을 부추기는 도구가 되고 맙니다. 꽃과 전쟁, 정말 안 어울리는 그 조합이 그렇게 쓰인 거지요. 젊음을 상징하는 꽃이 젊은이들의 정신을 어떻게 파고들었을지 짐작되고 남음이 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주인공은 사쿠라 나무와 마주합니다. 전쟁터로 사람들을 떠나보낸 슬픈 기억을 간직한 사쿠라 나무는 말합니다. “전쟁은 절대 있어서는 안 돼. 젊은이들이 남긴 것은 원한과 슬픔뿐이었다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사쿠라가 다시는 전쟁을 미화하는 데 쓰이지 않기를, 그리고 모두가 꽃나무 아래에서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