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동동 거미동동
시리동동 거미동동, 제주도꼬리따기노래․ 권윤덕, 창작과비평사
시시리동동 거미동동
시: 시린 바다로 물질 나갈 때
리: 리어카를 끄는 어머니 앞으로
동: 동동동 경운기가 앞질러가고
동: 동동동 오토바이도 앞질러가네
거: 거친 바다는 어머니를 손짓하고
미: 미지의 세계로 몸이 낚싯줄처럼 던져져
동: 동동동 물오리처럼 들어갔다가
동: 동동동 물개처럼 머리를 내밀었다가
시리동동, 그리움동동
이 작품의 노랫말은 제주도 꼬리따기 노래입니다. 말꼬리를 이어가며 부르는 말놀이인 거지요. 엄마가 물질을 나가는 사이 아이는 혼자 남게 되었지요. 혼자 남은 아이는 엄마가 삶아 놓은 감자를 한 손에 들고 바다에서 물질하는 엄마를 찾아 나섭니다. 엄마가 보고 싶어 마중을 나가는 거지요. 이 그림책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속에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있습니다. ‘섬집 아기’입니다. 그 아기가 자라서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마 섬집 아기도 크게 되면 이 작품의 아이처럼 바닷가로 엄마 마중을 나가겠지요.
아이는 구멍이 송송 뚫린 돌울타리에서 왕거미의 하얀 거미줄과 거미줄 밑에 앉아있는 하얀 토끼를 보고 거기서부터 말꼬리를 이어가며 엄마를 찾아 나섭니다. 구멍 숭숭한 돌담에 걸린 거미줄, 거미줄 아래 하얀 토끼, 깍깍 울며 날아가는 까마귀, 검은 바위, 높은 하늘, 깊은 바다, 아이의 말꼬리는 곧 엄마를 향한 그리움의 발걸음이 됩니다. 물질하는 엄마도 집에 혼자 두고 온 아이가 걱정이었을 터인데 아이 얼굴을 보게 되었으니 한시름 덜었겠지요.
노을빛 바다를 배경으로 두 팔을 활짝 벌린 엄마가 아이와 까마귀, 토끼까지 안아 올리는 장면은 그동안 켜켜이 쌓였던 외로움과 고달픔을 환히 풀어냅니다. 조형물처럼 입체적으로 구성된 그림들은 제주의 빛과 바람을 담아내며, 확 트인 하늘과 바다는 모녀의 해후를 자유와 안도감으로 물들입니다. ‘시리동동, 거미동동’, 입에 감기는 말장난 속에는 외롭고도 다정한 기다림이, 엄마와 아이의 오래된 노래가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