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존
지각대장 존, 존 버닝햄 글, 그림, 박상희 옮김, 비룡소
지각대장 존
지: 지각한 이유가 다 있다고요,
각: 각다귀 같은 녀석들 만나
대: 대나무 걸레로 얻어터졌어요
장: 장난이라고 믿어주지 않으시면
존: 존재를 무시당한 느낌일 거예요
지각대장 존의 개근상은 따놓은 당상
– 상상력으로 등굣길을 걷는 아이에게
아이들이 어릴 적 자주 읽어주던 그림책 중 하나가 <지각대장 존>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면 장난스럽게 존의 담임 선생님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하곤 했죠. “꼼짝 말고 잘못했다고 하고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를 열 번 써라. 그러지 않으면 회초리로 때려 줄 테다. 알겠냐?” 아이들은 웃음이 터지면서도 왠지 움찔했겠지요. 지금 생각해면 그 장면을 통해 아이들과 권위의 부당함을 함께 유쾌하게 비틀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유쾌함을 넘어서, 교사의 권위를 비판하며 이해받지 못한 학생의 슬픈 현실을 조용히 고발하는 그림책입니다.
존은 매일 새벽같이 집을 나서 학교에 갑니다. 하지만 언제나 지각입니다. 이유가 황당하지요. 악어가 길을 막았고, 사자가 나타났고, 파도가 덮쳤다고 말하거든요. 하지만 그 먼 길을 혼자 통학하면서 존은 얼마나 지루하고 외로웠을까요? 무료함을 견디기 위해 아이는 무수한 상상을 동원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왜 하필 그렇게 무시무시한 것들일까요? 혹시 아이에게 학교란 억압과 두려움의 공간은 아니었을까요? 지각한 이유를 묻는 교사는 지각한 이유를 말한 존을 단 한 번도 믿지 않습니다. “또 거짓말이냐!”며 펄펄 뛰고, 결국엔 처벌을 내립니다. 하지만 결말에서 반전이 일어나지요.
존이 지각하지 않은 날, 선생님은 고릴라에게 붙잡혀 천장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존에게 애원합니다. 존이 늘 말하던 세계가 현실로 전환되는 순간, 독자는 통쾌함과 동시에 묵직한 메시지를 마주합니다. 권위를 앞세워 아이에게 상처를 준 어른이 결국 자신이 그 상상의 피해자가 된 셈이지요. 그것으로 아이의 상처가 다 치유되었을까요?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다음 날에도 존은 새벽같이 일어나 학교를 향한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일에도 굴하지 않고 길을 나서는 그 아이의 뒷모습이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교를 빠지지 않고 다니는 걸 보니 존은 근면과 성실을 인정받는 개근상을 받겠지요? 존은 커서 분명 무언가를 해내고 말겠지요? 작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