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의 하얀말
수호의 하얀말, 오츠카 유우조 글, 아카바 수에키치, 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
수호의 하얀말
수: 수천 개의 별이 깃든 초원에서
호: 호시절은 가고 말았다
의: 의지했던 친구 하얀말이여!
하: 하지 못했던 말이 너무 많아
얀: 안녕은 마두금의 악기로 남겼으니
말: 말없는 그대와 다시 초원을 달린다
상실을 기억하는 마음
몽골의 드넓은 초원에, 가난한 양치기 소년 수호와 그가 주워 키운 하얀 망아지의 우정이 깃들어 있다. 초원이라면 보통 푸르고 평화로운 들판을 떠올리지만, 이 그림책의 배경은 사뭇 다르다. 붉고 어두운 색조가 지배하며, 어딘가 불길한 예감을 스며들게 한다. 그 불길함은 곧 현실이 된다. 탐욕스러운 고을 원님은 자신의 딸을 상금으로 내건 경마 대회를 열고, 1등을 차지한 수호가 가난한 청년임을 알고 말을 빼앗고 그를 거칠게 내쫓는다. 생이별은 수호에게도, 하얀 말에게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었다. 말은 날아든 화살을 맞은 채 마지막 힘을 다해 달려 다시 수호의 품에 안기지만 끝내 그 품에서 숨을 거둔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요즘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이 겪는 ‘펫로스 증후군’이 떠오른다. 사랑했던 존재를 잃은 슬픔 앞에서 수호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수호는 꿈속에 나타난 말의 부탁을 따르며 그의 뼈와 가죽, 힘줄과 털로 마두금을 만든다. 그것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었다. 말과 함께 보낸 시간, 사랑했던 존재의 숨결을 기억하는 슬픔의 형상이다. 오늘날 반려동물의 유골로 메모리얼 스톤을 만들거나 목에 걸고 다니는 행위도 함께 한 기억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에서이니 그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사랑한 존재의 죽음도 견디기 어려운데, 그의 몸을 갈라 악기를 만들어야 했던 수호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마두금은 상실과 슬픔, 그리고 영원을 향한 노래였을 것이다. 그 노래는 지금도 초원의 바람 속에서 둘의 우정을 속삭이며 오래도록 울리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