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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파리의 휴가

파리의 휴가

by 인상파

파리의 휴가, 구스티 글과 그림, 최윤정 옮김, 바람의아이들


파리의 휴가


파: 파리로 떠날까

리: 리스본으로 떠날까

의: 의기양양하게 도착한 여행지

휴: 휴가를 다 쓰고 나서야

가: 가스 풍기는 변기통인 걸 알았네.


똥통에서 찾은 여름 휴가


파리하면 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스티의 <파리의 휴가>는 바로 그 파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유쾌하고 기발한 상상을 펼칩니다. 여름휴가를 떠나는 파리는 수영복에 타월, 갖은 물놀이 기구를 챙겨 들뜬 마음으로 ‘물가’에 도착합니다. 파리의 눈에는 그곳이 햇살 가득한 리조트처럼 보였겠지요. 파리는 그곳에서 한껏 여름을 즐기지만, 뜻밖의 위기를 맞습니다. 갑자기 밀려온 먹구름, 그것도 엉덩이 모양의 구름은 곧 불길한 사건을 예고합니다. 곧바로 엄청나게 크고 긴 운석이 쿵 떨어지지 뭐예요.


똥을 좋아하는 파리에게 그곳에서의 휴가는 과연 즐거웠을까요? 세상에, 파리가 수영을 했던 곳은 다름 아닌 바로 화장실 변기통. 작가는 변기통에 빠진 파리를 보고 이런 재밌는 발상을 한 것일까요? 파리의 시선에서는 변기통이 수영장으로 여겨지기도 했을 거예요. 그런데 똥통에서 휴가를 보낸 파리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아무리 똥을 좋아해도 수영하는 장소에 그것이 있다면 우리와 다를 바 없이 기분이 소름이었겠지요?


파리에게는 날벼락이지만, 독자에게는 웃음폭발입니다. 작가는 혐오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존재를 통해 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이번 여름엔, 파리에게도 진짜 유쾌한 휴가가 주어지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지금껏 외면해온 존재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야 할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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