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끝에서
창틀에 먼지가 앉는다
그 무게에 기다림이 더해진다
기다림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지금 막 내게 닿은 것일까
먼지 하나의 무게에
가슴이 저릿해진다
사랑의 문자를 기다렸다
말이 없어도
당신이라는 기척이면 충분했다
기다리는 마음마저
조용히 흘러가기를 기다렸다
기다림이 고이지 않도록
내가 더 무겁지 않기를
나를 다독이며
사랑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 사랑,
담담하고 투명하기를 기다렸다
먼지처럼 가라앉기를
기다리며
기다리지 않는 척했던 날들
이제는 놓아주기로 한다
기다리지 않으면서 기다리는
그 마음의 모순도
기대라는 이름의 그리움도
이제는 기다리지 않는다
먼지가 나를 방문한 것도
분명 뜻이 있을 것이니
기다려도 오지 않은 것
역시
사랑의 방식일 것이니
사랑하는 이여,
그럼 안녕
다비드 칼리의 그림책 『나는 기다립니다』를 읽고, 문득 창틀 위에 내려앉은 먼지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 작은 먼지는 우리 집에 오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바람을 타고 얼마나 먼 길을 지나왔을까요. 가만히 내려앉은 그 모습에서 이제는 쉬어도 되겠다는 뜻이 읽혔습니다. 그 먼지는 그렇게 앉아서 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때 나 또한, 먼지처럼 사랑하는 이를 오래도록 기다린 적이 있었기에 그 마음을 들킨 듯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기다림이란 인생의 다른 이름이자 사랑의 다른 얼굴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